기업들, 인터넷 채용 "다신 않으리"

  • 입력 2000년 11월 6일 18시 53분


중견 K그룹은 지난달말 대졸 신입사원 400명을 채용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기업이라는 말을 들을까봐 새로운 인터넷 채용방식을 도입했다. 그러나 ‘남모르는 속앓이’를 겪은 뒤 내년부터는 인터넷채용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인터넷 접수자수가 1만2000여명에 이르는등 ‘문전성시’를 이뤘으나 별다른 생각없이 서류를 제출한 ‘거품지원자’가 많아 고생만 했기 때문이다. 인사 담당자들도 ‘진주를 건져냈다’는 인재선발의 보람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또한 비용절감과 효율성이라는 인터넷채용의 장점을 부각시킬 솔루션 개발이 뒤따르지 못해 이럭서를 검색하는 데만 일주일 이상을 허비하기도 했다. 이 회사 인사담당자는 “인터넷접수를 받아들이면서 인사관련 업무가 마비됐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또다른 G그룹도 비슷한 사정. 이 그룹은 올해 아예 인터넷접수를 받지 않고 직원들의 추천채용으로 우편접수만 했다. L과장은 “E메일 지원서를 접수한 결과 면접결시율이 15%에 이를 정도로 거품이 많았다”면서 “입사할 뜻이 없는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살펴보는 일에 아까운 시간을 낭비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채용이 널리 확산되고 있으나 상당수 기업들이 마음만 앞섰지 새로운 채용시스템을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

6일 인터넷채용정보사이트 인크루트(www.incruit.com)에 따르면 올해 국내기업들의 인터넷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평균 60% 가량 증가했다. 이는 인크루트가 한달간 150여개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전화설문조사를 통해 나타난 결과.

인크루트 담당자는 “인터넷채용이 늘어나면서 접수시간 단축과 지원양식 통일, 다양한 인재확보 등의 장점이 나타나고 있으나 이에 못지 않게 인사업무 마비와 시스템 다운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같은 인터넷채용의 ‘어두운 그림자’는 국내 기업들의 E비즈니스 마인드가 경영환경 변화속도를 뒤쫓아가지 못하기 때문.

인터넷채용을 도입했다고 대외적으로 알리지만 실제로는 접수만 E메일로 했지 이를 종이에 출력한 뒤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반쪽짜리’ 인터넷채용제가 수두룩하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채용을 도입한 뒤로 일이 더 많아졌다는 불평은 준비 부족이 그 원인”이라면서 “그렇다고 과거의 채용방식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은 지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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