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우리집]신정민씨 홈페이지 '냠냠냠 맛있는 동화'

  • 입력 2000년 3월 21일 19시 34분


“아저씨, 인형데이 아세요?”

1월, 초등학교 4학년짜리 소녀의 E메일을 받은 동화작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인형데이? 인형을 주고 받는 날인가?’. 소녀는 “그렇다”며 답장을 보내왔다.

“아저씨한테 인형을 받고 싶어요.”

마음이 따뜻해져 인형가게를 찾은 동화작가는 쪼그만 분홍색 곰인형을 사서 꼬마 아가씨에게 부쳤다.

둘은 대화를 시작했다. 동화작가가 꿈이라는 소녀는 아저씨에게 한껏 부푼 자신의 가슴을 털어 놓았고, 작가는 소녀의 꿈에 물을 주었다.

동화작가 신정민씨(33·꿈동산출판사 편집부장)는 지난해 문을 연 ‘냠냠냠 맛있는 동화’(myhome.netsgo.com/shiin91)가 어린이들이 꿈을 먹는 ‘식당’이 되기를 바란다. 어른들이 만들어 주는 것을 받아 먹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 꿈을 키워 먹는 그런 식당이.

‘이번달 요리하기’에 신씨가 올리는 글은 모두 미완성이다. 나머지 얘기를 만드는 것은 이 사이트에 접속한 어린이들의 몫이다. 동화를 완성해 E메일로 보내면 신씨는 어린이들이 풀어 놓은 다양한 상상력을 ‘지난 달 요리보기’에 모두 올려준다.

‘신나게 먹자’코너는 1998년 ‘작은 물고기의 꿈’으로 대교 눈높이 문학상을 받아 등단한 신씨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 다양한 창작동화와 속담 유머를 특별요리 떡볶이 웃기는짜장 등 맛 별로 나눠 놓고 있다.

하루 120∼130명 정도가 들르는 이곳의 주 고객은 초등학생이지만 성인 팬도 무시하지 못한다. “각박한 삶 속에 푸근하게 쉬어갈 수 있는 곳이라 좋다”는 어른들. 때로는 “이 사람, 장난하나? 먹는 얘기는 하나도 없잖아!”라고 누군가 써놓은 방명록을 보며 신씨는 유쾌한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나 한편 씁쓸하다. 언제부터 우리가 ‘꿈은 먹지 못하는 것’이라 여기게 됐는지….

<나성엽기자> newsda@donga.com

‘Digital@우리집’에 선정된 신정민씨에게는 (주)네띠앙에서 120만원 상당의 미니컴포넌트를 증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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