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벤처신화' 생존율 6%…반짝 아이디어만으론 敗

  • 입력 2000년 3월 6일 19시 29분


최근 아마존이나 e베이 등 ‘인터넷 신화’를 일군 기업들의 스토리에 자극받아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인터넷 벤처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창업에 큰 돈이 들지 않는데다가 기존 산업처럼 기술, 사회적인 진입 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에 뛰어난 아이디어만 있다면 도전해볼 만한 사업 영역으로 여겨져온 것이 사실.

그러나 인터넷 비즈니스 현실은 ‘장미빛 미래’ 그대로가 아니다. 인터넷 벤처기업 중 직원 월급을 줄 수 있을만큼 수익을 올리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이며 대부분은 모집한 자본금을 운영비로 탕진하면서 생사의 기로에서 허덕이고 있다.

▽아이디어만으로는 안된다〓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인터넷 전자상거래 붐을 타고 국내에만 약 2000여개의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생겨났지만 이중에서 실제 거래가 일어나고 있는 쇼핑몰은 800개에 불과하다. 특히 800개 쇼핑몰중에서도 영업 수익을 올리고 있는 쇼핑몰은 6.4%인 50개 앞팎. 나머지 쇼핑몰들은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도산하거나 간신히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산원이 최근 국내 쇼핑몰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성공한 쇼핑몰의 경우 초기 투자액이 4억원, 월 평균 운영비용은 2500만원이었고 초기 투자액이 많을수록 성공 확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인터넷 비즈니스는 집에서 컴퓨터 한 대를 놓고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며 아이디어와 간단한 기술만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순진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독창적인 기술력과 선점 효과, 우수고객 확보가 열쇠〓83년 설립돼 한국의 소프트웨어 업체중에서 최장수 기록을 갖고 있는 주중앙소프트웨어 최경주 사장은 “최근의 인터넷 벤처 열풍은 검증되지 않은 거품”이라며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열정이 있다고해도 기본은 모방할 수 없는 기술력”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룹웨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핸디소프트(대표 안영경) 새롬기술(대표 오상수) 로커스(대표 김형순)등도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기술력이 뒷받침된 케이스.

특히 전문가들은 최근 인터넷 벤처기업들이 방문객수나 조회수 등의 ‘환상’에서 벗어날 것을 지적한다. 방문객수나 조회수는 측정 방법에 따라 과장될 수도 있기 때문에 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구매율과 재구매율이라는 것.

지난해 미국 소매협회(NRF)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100위까지의 인터넷 쇼핑몰중 구매율이 2%를 넘는 기업은 10개 내외에 불과했고 대부분 1% 미만이었다. 따라서 인터넷 비즈니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매력을 가진 고객을 유치하고 궁극적으로는 이들을 중심으로 ‘고객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 기존의 오프라인에서 하던 사업을 온라인에서 전개하려면 발상의 전환과 함께 고객이 오프라인보다 편리함을 느낄 수 있도록 개개인에 대한 ‘맞춤 서비스’제공 등이 필요하고 특히 이같은 과정을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경쟁력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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