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PC 엉뚱한 '불똥'…영세조립상들 고사위기

  • 입력 1999년 10월 10일 19시 39분


용산전자상가 테크노마트 등 주요 전자상가내 영세조립PC업체들이 정부의 초저가 인터넷PC 시판과 반도체값 급등락으로 사상 최악의 고사(枯死) 위기를 맞았다.

조립PC매장이 모여있는 서울 용산전자상가내 관광터미널상가 3, 4층은 예전 같으면 값싼 조립PC를 사러 온 학생들과 일반인들로 넘쳐나던 곳. 그러나 초저가 인터넷PC를 살 수 있는 국민컴퓨터적금을 지난달 20일부터 우체국에서 취급하기 시작하자 손님이 급격히 줄었다.

★손님 3분의2이상 줄어

대부분의 고객은 노트북PC나 가전매장을 찾을 뿐이다. 간혹 조립PC상을 찾는 손님이 있지만 마진이 거의 없는 PC 소모품이나 부품만 찾는다.

이달 20일부터는 인터넷PC가 본격 판매되기 시작하는데다 대만 지진의 영향으로 반도체값까지 급등락하고 있어 전자상가내 영세PC조립상들의 체감경기는 IMF 구제금융 직후보다 더 어려운 실정이다.

★문닫거나 전업 속출

용산단지내 선인상가에서 4년째 조립상을 하고 있는 명창정보의 이창석사장(32)은 “인터넷PC 시판일이 가까워지자 조립PC를 사러오는 손님이 예전에 비해 3분의2 이상 줄었다”며 “이달 들어 주위의 매장 중 5, 6곳이 문을 닫거나 전업했다”고 밝혔다.컴퓨터 핵심부품인 메모리값의 급등락으로 인한 피해도 만만치 않다. 64MB짜리 램은 두세 달 전만 해도 7만∼8만원선이었으나 지난달초 14만원대로 껑충 뛰더니 추석 전후에는 26만원까지 올랐다.

★반도체값 폭등도 영향

상가에는 “반도체값이 계속 폭등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조립상들은 앞다퉈 도매상들로부터 비싼 값에 메모리를 사들였다. 그러다 지난주부터 램값이 떨어지기 시작해 10일 현재 15만대로 폭락하자 다시 한번 피해를 본 것.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의 한 조립상은 “조립PC의 경쟁력은 대기업제품에 비해 값이 싸다는 점인데 인터넷PC가 시판되면 많은 매장이 망하게 될 것”이라며 “가게를 정리해 PC게임방을 차릴려고 하는데 그나마 가게를 보러 오는 사람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계속 나빠지자 용산상가 등 일부에선 인터넷PC를 구입해 부품만 빼 되팔자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한 조립상은 “정부의 인터넷PC 시판은 결국 영세조립상의 몰락을 불러올 것”이라고 걱정스러워 했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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