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텔 실연클럽]「實緣」을 꿈꾸는 「失戀」한 사람들

  • 입력 1998년 2월 3일 20시 27분


“실연(失戀)을 앓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크하세요. 이제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실연(實緣)을 해야 할 때거든요.” PC통신 하이텔의 이색 동호회 ‘실연클럽’. 영원할 것만 같았던 핑크빛의 달콤한 사랑이 일순간에 깨어지며 쓰라린 가슴앓이를 치러야 했던 20대와 30대 중반까지의 젊은이가 모여있는 곳이다. 실연클럽은 96년7월 실연의 상처를 지닌 10명의 젊은이가 뜻을 모아 문을 열었다. 지금은 6백명의 회원이 이곳을 찾는다. 3대 동호회장(시솝)인 유은영씨(24)는 “반이 넘는 회원이 실제 실연 경험자”라며 “나머지 회원도 거의 미혼으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얘기한다. 회원 가입도 까다롭다. 만 20세가 넘어야 하며 꼼꼼하게 자기소개서를 써야한다. 동호회를 사랑의 도피처 쯤으로 여기지 않고 사랑에 적극적으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지녀야 한다. 회원수가 늘면서 별난 일도 많다. 헤어진 남녀가 실연클럽에서 다시 만나는 난처한 상황도 간혹 벌어진다. 한 회원은 무려 10여 차례 실연한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하이텔 초기화면에서 ‘go sg780’을 입력해 실연클럽으로 가면 맨 먼저 눈에 띄는 글. ‘고독은 외로운 외투다. 그러나 마음은 그 밑에서 얼고 있다.’ ‘죽은 여자’ 보다 더 비참한 것은 ‘잊혀진 여자’라는 문호의 말을 인용해 놓은 동호회 게시판. 게시판 곳곳에는 사랑과 실연에 관한 숱한 사연과 상처가 진하게 배어 있다. 잊어야만 하는데 잊을 수 없는 아스라한 기억들. 그래서 이들은 서로 누구보다 더 아껴주고 친하게 지내지만 남녀간의 만남은 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연클럽인들은 ‘죽은 여(남)자’에서 찬란히 부활하기 위해 새로운 사랑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김종래기자〉 ▼ 무너지는 벽 「이혼녀-총각 결혼」 결혼건수 중 이혼녀와 총각이 맺어지는 비율은 70년 0.9%에서 95년엔 2.6%로 늘어났다. 또 재혼 가운데 이혼녀 총각 커플의 비율도 70년 10.6%에서 95년 25.2%로 높아졌다. 이는 이혼남이 처녀와 재혼하는 비율(27.2%)과 비슷한 수준. 여성개발원과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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