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舊)제품을 죽여야 우리가 산다」.
소프트웨어(SW)업체들이 최근 신제품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는 자기 회사 구제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용자들이 기존 SW에 익숙해진 탓에 도무지 신제품을 사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SW업체의 신제품 판촉에 방해가 되는 것은 경쟁사의 같은 종류 제품이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자기 회사의 구제품을 상대로 가장 골치아픈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최고의 워드프로세서인 「아래아한글」의 새 제품을 곧 시판하는 한글과컴퓨터도 요새 고민에 빠져 있다.
「아래아한글프로96」 「아래아한글3.01」같은 옛 제품의 마니아층이 두텁기 때문. 심지어 이 회사가 초기에 발표한 도스용 한글 1.5판을 쓰는 사용자도 아직 수두룩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사정은 마찬가지. 인터넷 브라우저 「익스플로러」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4.0 시험판을 내놓았지만 사용자들이 3.0판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 빌 게이츠회장은 울며 겨자먹기로 「다음 판부터는 다시 3.0판 형태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다.
PC통신 프로그램 「이야기」로 유명한 큰사람정보통신. 이 회사도 곧 7.5판을 내놓을 계획인데 과거에 무료 공개한 5.3판이 멸종하지 않고 인기를 누리고 있어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이런 탓에 SW업체의 새 제품 판촉 전략이 구제품을 쓰는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신제품과 구제품의 데이터 호환성을 없애는 방법이 이들 업체가 흔히 쓰는 수법이다. 새 SW에서 만든 문서나 데이터를 구 제품에서는 전혀 열어볼 수 없게 바꾸는 것이다.
또다른 전략은 「업그레이드 판매」다. 구제품 사용자가 새 SW를 살 때 일반 판매가보다 크게 할인해주는 제도다.
얼핏 보면 특혜같아 보이지만 대다수 SW가 1년도 채 안돼 신제품이 얼굴을 내미는 게 현실이고 보면 고도의 상술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새 SW라고 무턱대고 사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며 『새 제품을 살 때는 꼭 필요한 기능이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김종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