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실업자」무궁화위성, 방송채널-통신중계기 사용못해

  • 입력 1997년 9월 17일 20시 14분


방송채널을 쓰지 못해 「반쪽 짜리」인 무궁화위성이 남은 절반마저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위성방송 정책결정 지연으로 방송채널이 1년6개월동안 놀고 있는 가운데 무궁화위성의 통신 중계기도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무궁화 1호와 2호 위성의 통신용 중계기는 모두 24기. 그중에서 20기를 일반 기업이 사용중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무궁화위성의 통신용 중계기를 쓰고 있는 기업의 활용도는 평균 10∼30% 수준. 삼성 현대 LG와 같은 대기업은 각각 연간 16억원씩 임대료를 내고 무궁화위성 통신 중계기 1.5기를 빌려 쓰고 있으나 중계용량의 절반도 제대로 쓴 적이 없다는 것이다.

삼성 현대의 경우 위성통신 중계기의 평균 가동률이 10% 선에 머물고 있다. LG는 더 이상 위성채널을 놀릴 수 없어 지난달 통신중계기 1기를 한국통신에 반납하고 0.5기만 쓰고 있다. 다른 중소기업과 공공기관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케이블TV 프로그램 중계와 사내방송 광고방송 등에 부분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정부와 한국통신이 위성을 활용할 수 있는 통신인프라와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준비 없이 서둘러 무궁화위성을 쏘아올렸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결과적으로 국가정보통신 자원의 낭비를 낳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위성을 활용하는데 법적 제도적 제한이 많아 위성의 다양한 쓰임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가통신사업자가 통신중계기를 이용해 상용으로 인터넷 등 데이터 중계나 위성비디오서비스(TVRO)를 하려면 기간통신 사업자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허가에는 여러가지 번거로움이 따른다는 것. 우선 서비스 내용을 미리 정해야 하는데 위성통신기술의 발전으로 날마다 새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그때마다 허가를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 허가 기간이 평균 6개월에서 1년이상이나 걸린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은 무궁화위성의 통신용 채널 활용 책임은 결국 빌려간 기업에 있다는 입장이다. 자체 위성통신 수요나 판로에 대한 분석과 준비없이 너도 나도 통신용 중계기를 사재기한 결과 이같은 낭비를 낳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무궁화위성 1호와 2호의 수명은 합쳐서 10년 정도로 이미 1년6개월을 허송세월한 셈이다.

〈김승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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