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값이 떨어지는 게 요즘 이동통신 단말기다.
가격표가 의미가 없다. 소비자 가격이 표기되어 있지만 거리에서 실제 팔리는 값은 전혀 다르다.
삐삐나 시티폰은 이제 거저 얻을 수 있다. 기본 기능만 있는 것은 공짜되 음성사서함이나 기타 부가기능을 갖춘 것을 구하려면 원하는 기능별로 추가 요금을 내면 된다. 대신 지정 통신회사에 1년이상 가입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휴대전화는 한때 70만∼80만원을 호가했지만 50만원대를 거쳐 이제는 평균 40만원대로 낮아졌다. 휴대전화 사업자들은 개인휴대통신(PCS)의 상용 서비스에 대비해 이용요금은 물론이고 단말기 값을 더욱 낮출 계획이다.
지난 3월부터 서비스가 시작된 발신전용전화 시티폰의 단말기는 처음 10만∼20만원대의 가격으로 팔렸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각종 사은품으로 지급되고 여성 잡지의 부록으로 끼워주는 등 거저 가져가라는 식이다.
또 시티폰 회사인 서울이동통신과 나래이동통신은 임대제를 도입해 월 8천원만 내면 단말기를 내주고 1년동안 임대료를 내면 가입자의 소유로 바꿔준다.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가는 한국통신프리텔 한솔PCS LG텔레콤 등 PCS 3사는 30만∼40만원대에 단말기를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단말기 값을 어느 수준까지 낮춰야 할지 최종 결심을 하지 못한 상태다.
강력한 경쟁상대인 휴대전화 값이 워낙 떨어져 적정수준을 찾기 위한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지정 통신회사에 1년이상 가입한다는 조건으로 휴대전화 단말기는 거의 공짜로 주고 있다. 앞으로 국내의 휴대전화나 PCS도 어떻게 나갈지 알 수 없다.
이동통신 서비스 가격이 춤을 추는 것은 주파수를 자원으로 하는 이동통신의 고유 특성 때문. 주파수는 기본적으로 시간의 제약을 받는다. 오늘 주파수를 다 쓰지 않았다고 내일 그만큼의 주파수를 더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최대 주파수 용량까지 가입자를 확보해야만 최대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때문에 이동통신 업체들은 최대 가입자 확보를 위해 단말기를 거의 거저 나눠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제값을 주고 사서 15만∼40만원을 밑지고라도 싼값에 판다. 대신 가입자가 1년이상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전화요금을 챙김으로써 이익을 얻는다.
이동통신 업체들의 단말기 값 인하는 주파수 포화상태에 이르기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PCS는 회사마다 1백만명선, 시티폰은 30만명선이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져 당분간 단말기 값은 추락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말기 값 인하는 결국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과열경쟁으로 인한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체질 약화를 낳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승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