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PC통신대회]3백여명 참석,「컴」실력 과시

  • 입력 1997년 6월 18일 07시 54분


전국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컴퓨터 실력을 겨룬 「고령자 PC통신 경진대회」가 17일 동아일보사 대강당에서 열렸다. PC통신 하이텔 원로방과 동아일보사가 공동주최한 이날 대회엔 60세이상 노인들의 PC통신 동호회인 원로방회원 3백여명이 참석, 강원 원로방의 양길상씨(64)와 진주원로방의 정태용씨(70)가 기술부문과 백일장부문 장원을 차지했다. 이밖에 기술부문 금상은 박용운(64·부산) 석승원씨(68·강원) 은상 김학도씨(64·서울) 동상은 정진성씨(61·제주) 백일장부문 금상은 박윤상(80·경북) 김대수씨(80·대구) 은상 한영숙씨(67·이북5도) 동상은 김기준(61·인천) 김구직씨(76·안동)가 각각 차지했다. 이날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경진대회 △특강 △시조 창 경연과 △시상식 순으로 진행됐다. 경진대회는 전자우편 작성하기와 PC통신에 대한 일반지식 등 두 부문. 전자우편 문제의 제목은 「학원 과외 때문에 괴로워하는 손자에게 위로의 편지를 띄우라」는 것. 이날 대회에서 가장 많은 「구경꾼」을 끌어모은 朴潤相(박윤상·80)할아버지는 능숙하게 컴퓨터를 만져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박할아버지는 편지에서 『지금 너의 나이는 황홀한 무지개빛의 꿈을 꾸며 프로농구선수 첨단과학자 연예인을 부러워할 때』라며 『항상 너의 편인 이 할아버지를 믿고 어떤 상황에서도 가슴에 품은 자유를 잃지말라』고 썼다. 「PC통신에 대한 일반지식」은 객관식으로 된 30문항을 풀어서 답안지를 전자우편으로 심사위원들에게 보내는 방식. 관람객들이 대회 참석자들의 답안을 구경하기 위해 시험장을 돌아다녀 진행자의 주의를 받기도 했다. 경진대회 최고령 참석자는 올해 86세인 洪淳明(홍순명)할아버지. 가족이 모두 외국으로 이민을 가고 부인마저 몇년전 세상을 떠나 그야말로 혈혈단신인 홍할아버지는 『언제라도 함께할 수 있는 친구들이 PC통신에 버티고 있어 외롭지 않다』며 활짝 웃었다. 柳京熙(유경희·62)원로방회장은 『PC통신으로만 대화를 나눠 직접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처음으로 전국 회원들이 얼굴을 마주하고 그동안 익힌 컴퓨터실력을 과시하는 축제 한마당』이라고 이번 행사의 의미를 설명. 대회가 열린 서울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는 대회 시작 3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대회 참가자들과 관람객들이 모여들어 동아일보 사옥이 할아버지 할머니들로 북적. 대회장인 18층 대강당의 문을 열지 않아 들어가지 못하고 1층 로비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이들은 부산 전주 등 지방에서 전날 밤차를 타고 새벽 서울에 도착했거나 친척집에서 일박을 한 뒤 새벽부터 「사전답사」를 나온 맹렬파들. 부산에서 막차를 타고 새벽 4시에 서울역에 도착했다는 金斗植(김두식·66·부산 영도구 동삼동)씨는 『마치 소풍 전날 같아 기차 안에서도 잠을 제대로 못 잤다』며 흥분했다. 〈나성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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