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기술 본산지의 하나인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곳에는 벤처기업의 산실 「KAIST 창업지원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대학2호관 3층 30평짜리 사무실 겸 연구실에 둥지를 틀고 있는 「아이시티」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개발 업체. 사장 손영철씨(29)는 공고를 졸업한 뒤 삼수 끝에 한국과학기술대에 진학한 오뚝이 인생.
80년대 초반 중학교 때부터 청계천 세운상가를 내집 드나들 듯하며 컴퓨터를 애인으로 삼았지만 고교진학 후에야 장학금으로 PC를 겨우 장만할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그는 대학도 졸업하기 전인 지난 95년 아이시티를 만들었다. 지난해 3월에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투자금 1억2천만원을 모아 법인으로 전환했다. 최근 어린이용 웹브라우저의 개발을 끝내고 대기업과 판매계약을 하면서 올해 매출액 목표를 8억원으로 잡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이 사무실 건너편 에너지환경연구센터 건물 4층에서는 러시아 과학자 9명 등 50명의 직원이 분주히 일하고 있는 다림시스템㈜(대표 김영대·39)을 찾을 수 있다. 멀티미디어 전문업체로 지난 94년 창업지원센터가 처음 생길 때부터 입주했다. 지난해 매출 25억원을 올린데 이어 올해 58억여원의 매출액을 기대하는 다림은 이곳 벤처기업의 맏형이다.
창업지원센터에 둥지를 튼 벤처기업은 다림시스템 등 모두 20개로 캠퍼스 내 대학2호관과 에너지환경연구센터에 분산 입주해 있다.
창업지원센터는 평당 월 2만5천원밖에 안되는 값싼 유지비로 사무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벤처기업을 지원한다. 입주기업은 과학기술원 교수의 기술 및 경영 자문을 받을 수 있고 학생을 연구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 과학기술원의 보유기기 및 각종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 인공위성 자료의 영상화 작업 등을 벌이고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인터시스」의 대표 윤종식씨(33)는 『입주업체로 선정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회사 공신력을 높이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창업지원센터의 입주업체 선정은 공간이 확보될 때마다 그때그때 실시해 왔지만 현재는 추가모집을 받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직 예산문제로 시행이 유보되고 있는 연건평 1만2천평 규모의 첨단기술사업화센터 건립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많은 벤처 기업에 입주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홍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