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대신 번호로』 휴대전화 조용해진다…소음 민망함 없애

  • 입력 1997년 3월 15일 08시 08분


[김병희 기자] 좌중이 긴장해있는 회의시간이나 조용한 집회장소에서 난데없이 울리는 휴대전화 소리. 전화 소지자는 민망하고 다른 참석자들은 약간 짜증스럽다. 요즘엔 전화 벨소리를 불빛이나 진동으로 바꿀 수 있는 제품도 나와있으나 앉은 자리에서 소리 없이 통신할 수는 없다. 말소리를 내지 않고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할 방법은 없을까. 최근 음성을 부호화하고 압축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휴대전화에 원하는 메시지를 입력해 숫자단추로 송신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숭실대 정보통신공학과 배명진교수는 휴대전화에 「지금은 회의중이니 곧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번호를 말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등의 메시지를 녹음해 주위사람에게 소음피해를 주지 않고 숫자단추를 눌러 응답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 방법은 특히 말을 할 수 없는 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어 새로운 「복지통신」으로서의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이런 기능이 덧붙여지려면 보내는 음성(보이스)을 부호(코드)화하고 받는 신호를 음성으로 바꾸는(디코드) 「보코더」기능의 개선이 앞서야 한다. 휴대전화 신호처리 칩의 계산능력을 덜어줌으로써 남는 처리능력을 음성메모나 음성사서함 전자수첩기능같은 다른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 신호처리 칩에 여분의 계산능력이 생긴 후에는 자동응답전화기에 쓰이는 음성녹음 칩을 부착하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된다. 이 보코더 기술은 디지털신호 압축기술과 함께 모토롤라 노키아 등 휴대전화업체에서 각각 다른 방법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숭실대외에 한국과학기술원 연세대 인하대 등에서 응용연구가 진행중이다. 배교수는 지난 93년부터 보코더기술의 국산화연구를 시작, 지난해 3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저가형 디지털신호처리 칩에 미국 퀄컴사의 보코더방식을 개선한 새로운 알고리즘(문제를 풀어나가는 순서)을 집어넣어 휴대전화 배터리 사용시간을 30% 정도 늘리고 휴대전화 값을 크게 내릴 수 있는 연구성과를 거뒀다. 휴대전화에 내장할 수 있는 음성녹음기술도 지난해 말에 개발, 현재 휴대전화 전문업체와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휴대전화의 보코더기술은 퀄컴사 것으로 연간 5천만달러 이상의 로열티가 나가고 있다. 그러나 보코더 알고리즘이 한국어에 부적합해 통화품질이 떨어지고 복잡한 점이 문제로 꼽혀왔다. 배교수는 보코더 기술을 호출기에도 적용할 계획. 그는 『호출자의 목소리가 호출기에서 바로 나오도록 하는 기술을 거의 개발 완료했다』며 『6월까지 단말기가 생산되고 늦어도 연말까지는 상용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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