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이한일]성비도 고민해야 하는 양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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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일
홍천에서 두 번째 겨울을 마주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보름 이상 추위가 빨라진 것 같다. 영하 15도를 넘나들더니 사흘째 영하 19도다. 아침에 닭장에서 달걀을 꺼내는데 네 개 중 세 개가 얼어 터져 있었다. 추운 겨울인데도 매일 서너 개씩 알을 낳는 닭들이 대견스럽다.

키우고 있는 여덟 마리 중 암탉이 여섯 마리인데, 토종닭은 찬바람이 나면서부터 알을 낳지 않는다. 그러니까 청란계 둘과 백봉 세 마리가 하루 세 개 이상을 낳고 있는 것이다. 알은 토종닭에 비해 훨씬 작지만 푸른빛이 도는 게 깨뜨리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다. 집에 오는 친구들에게 가끔 십여 개씩 담아주면 그렇게 좋아한다. 유정란에, 앙증맞게 예쁘기까지 하니 특히 아줌마들이 반긴다. 내년에는 두 마리 수탉 중 한 마리는 처분할 생각이다. 원래 수탉 한 마리가 암탉 십여 마리를 거느린다고 하는데 암탉 여섯 마리에 수탉이 두 마리니 성비가 맞지 않는다.

닭 키우기는 처음에는 다섯 마리로 시작했다. 수놈 하나에 암탉이 네 마리였는데, 수놈 한 마리한테 시달려서 암탉 네 마리는 늘 등 가운데 털이 뽑혀 살이 보일 정도였다. 그래서 암탉을 몇 마리 늘렸는데 그중에 수놈 하나가 끼어 있었던 것이다. 이 새로 온 어린 수컷은 멋모르고 교미를 시도하였고, 기존 수컷이 이것을 그냥 보고 넘기질 않았다. 이리저리 쫓겨 다니다가 횃대 위로 올라가 겨우 피하더니 내려오지도 못했다. 모이나 물을 주러 닭장에 들어가면 다른 놈들은 일정 거리를 두고 비켜서는데 이 어린 수컷은 횃대에서 날아 내 곁으로 왔다. 그리고 이때다 하고 정신없이 모이를 먹고, 그러다 내가 닭장을 나오면 다시 횃대로 도망친다. 이놈도 참 가여운 놈이다.

둘 중 하나는 처분하고 나이가 들어 알을 잘 낳지 못하는 두 살 먹은 암탉들도 옆집 아저씨 몸보신용으로 드릴 생각이다. 내년에는 몇 마리 더 키우려 하는데 아내를 설득할 좋은 방법을 찾아야겠다.

2년 전 귀촌할 때 꼭 배우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있었다. 농사는 당연한 것이고 악기와 그림, 도자기이다. 그림은 내후년에 시작하고, 내년 초부터는 아코디언을 배울까 한다. 작년 1월에 시작한 도자기는 비록 일주일에 한 번씩 공방에 가지만 그래도 이제는 흙이 손에 익었다. 그동안 찻잔, 그릇, 항아리, 탁자를 거쳐 내 나름대로 작품화한 얼굴도 몇 점 빚었다. 각종 형태의 찬그릇과 밥그릇, 국그릇은 선물용으로 그만이다. 부드러운 흙을 비비고 굴리고 하면서 손에 닿는 촉감이 참 포근하다. 흙을 만지고 있으면 머릿속이 맑아진다. 아내도 도자공방에 함께 가는 시간을 무척 좋아한다.

그리고 공부하고자 한 것 중 아직 못한 것이 있다. 별자리 공부다. 홍천은 서울과 달리 수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별은 누구에게나 따뜻한 위안을 주고 많은 이야기를 한다.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별자리 공부를 하며 별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한일
 
※필자는 서울시청 강동구청 송파구청에서 35년간 일하다 강원 홍천으로 이주해 농산물을 서울에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닭 키우기#귀촌#강원도 홍천#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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