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의 재발견]<33>쓰임새가 줄다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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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 받아들이다, 받아 드리다

너무 심각하게 받아드리지(×) 않아야 한다.

여기서 ‘받아드리다’는 ‘받아들이다’로 적어야 올바른 표기가 된다. 이런 쉬운 것도 문제가 되는가? 이렇게 의아해한다면 문서에 익숙한 사람이거나 나이 지긋하신 분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받아들이다’가 전혀 어렵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런 문제가 생기는 원인에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상상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다’를 ‘받아드리다(×)’로 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 단어는 ‘받다’와 ‘들이다’가 합쳐서 만들어졌다. 표기의 오류가 나타나는 ‘들이다’로 범위를 좁혀 보자. ‘들이다’는 ‘들다’에 ‘-이-’가 합쳐진 것이다. 먼저 ‘들다’의 쓰임을 보자.
 
어제 도둑이 들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

 
여기서 ‘들다’는 ‘안을 향해 가거나 오다’라는 의미의 단어다. 그런데 이 단어는 ‘들다’ 단독으로 쓰이기보다 ‘들어오다’, ‘들어가다’로 바꿔 쓰는 경우가 더 많다. 의미가 더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들다’ 자체의 단독 쓰임은 점점 줄고 있는 현실이다. 이 ‘들다’에 붙은 ‘-이-’는 ‘먹다’와 ‘먹이다’ 관계에 보이는 ‘-이-’로 그 자체가 ‘∼게 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를 우리 동아리에 들게 하려고 애썼다.
=그를 우리 동아리에 들이려고 애썼다.

 
이 경우에도 ‘∼게 하-’를 포함하는 문장이 훨씬 더 많이 쓰인다. 어쨌든 이 ‘들다’는 이리저리 젊은 층에 익숙하지 않다. ‘들다’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물건을 들다’는 의미에 더 익숙한 것이다.

처음 문제로 돌아가 보자. ‘받아들이다’를 ‘받아드리다(×)’로 잘못 적는 이유가 무엇일까? 리포트에 ‘받아드리다’로 적는 학생들은 ‘들이다’를, 자신에게 더 익숙한 단어인 ‘드리다’로 바꾸어 버린 것이다. 그 학생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드리다’는 ‘높은 사람에게 무엇을 주다’라는 의미다. 이 의미에 좀 더 관심을 가지면 ‘받아들이다’를 잘못 적는 오류를 줄일 수 있다.
 
그냥 받아드리게(x).
→ 받아들이게. 수용하게. 이해해 보게.


위의 문장이 ‘받아서 윗사람에게 준다’는 의미가 아님은 분명하다. 여기서는 ‘어떤 생각을 이해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의미’로 쓰인 것이고 그것이 ‘받아들이다’다. 여기서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정말 ‘무엇인가를 받아서 높은 분에게 준다’의 의미로 쓰이는 문장은 없을까? 가능은 하다. 만일 그렇다면 아래와 같이 써야 한다.
 
그냥 그것을 받아 (사장님께) 드리게.

이 ‘받다’와 ‘드리다’는 하나의 단어가 아니기에 반드시 띄어 써야 한다. 또 이 경우에 ‘받다’의 목적어가 되는 ‘사장님’ 등의 대상을 밝혀 주는 것이 좋다. 어쨌든 이런 예는 아주 특수한 예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맞춤법#받아들이다#받아 드리다#받다#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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