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동아/9월 6일]전두환 정권 ‘학과별 최소졸업정원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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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9월 6일 12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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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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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6일)은 전국 예비 대입 수험생들이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마지막 전국연합합력평가(모의고사)를 치르는 날. 이제는 대학 정원이 대입 희망자 숫자를 추월한 시대가 됐지만 그래도 저마다 희망 대학이 다르기 때문에 노력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이때 ‘대학 정원’은 입학 정원을 가리키는 말. 하지만 1980년대 초반에는 ‘대학 정원= 졸업 정원’인 시절도 있었다.

전두환 정권이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는 1980년 8월 30일 대학졸업제도를 마련했다. 문교부(현 교육부)는 그해 9월 5일 ‘학과별 최소졸업정원제’ 내용을 담은 교육개혁 시안을 발표했다. 졸업 정원보다 30% 가량 신입생을 더 뽑은 다음 학기가 끝날 때마다 일정 비율을 제적해 졸업 때 정원을 맞추는 방식이었다.

졸업정원제 도입 소식을 전한 1980년 9월 6일자 동아일보 사회면
졸업정원제 도입 소식을 전한 1980년 9월 6일자 동아일보 사회면

사실 ‘입학 문은 넓게, 졸업 문을 좁게’라는 방침은 선진국에서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대학 학사 방식이었다. 문제는 일률적으로 30%를 중도에 탈락시켜야 한다는 점. 학점도 무조건 상대평가 방식으로 매겨야 했다. 학생들은 서로 캠퍼스의 낭만을 나누는 친구가 아니라 네가 살아남으면 내가 죽어야 하는 경쟁자가 됐다. 나중에는 이 제도 때문에 중도 탈락할 것을 우려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있었다.

입학정원제 문제를 지적한 1981년 12월 8일자 동아일보 사설
입학정원제 문제를 지적한 1981년 12월 8일자 동아일보 사설

결국 문교부는 1985년부터 초과 모집 비율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하면서 졸업정원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1988년부터는 아예 입학정원제도 돌아갔다. 이와 함께 졸업정원제로 탈락한 학생이 다시 재입학할 수 있는 길도 열어주었다.

당초 정부 예상과 달리 이 제도가 민주화 운동에 기여했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대학에 면학 분위기를 조성해 시위를 막아보려는 의도 역시 군사정권에서 이 제도를 도입한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대학생이 늘어나면서 운동권 인재 풀(pool)이 넓어져 오히려 학생 운동이 사회 곳곳까지 침투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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