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현의송]다시 신토불이가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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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의송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현의송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시작된 1980년대 후반, 필자는 일본에 있었다. 일본은 협상 초반부터 UR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언론에서도 거의 매일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UR에 관심이 없었고 국민들도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우리가 UR의 실체를 깨닫고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한 때는 1990년 이후 농협이 신토불이(身土不二)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농협은 곳곳에 초대형 신토불이 현수막을 내걸고 우리 농산물 애용 운동을 전개했다. ‘우리 땅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먹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는 신토불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국어사전에도 이름을 올렸고 신토불이라는 제목의 대중가요까지 나왔다.

요즘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농산물도 공산품도 외국산 천지다. 신토불이 구호도 사라졌다. 반면 일본에서는 한국을 흉내 내 부랴부랴 시작한 ‘지산지소(地産地消)’라는 농식품 지역자급 운동이 지금도 활발하다.

후쿠오카(福岡)에서는 200가구의 농가가 ‘환경과 식수를 지키자’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250ha의 면적에서 생산한 유기농 쌀을 지역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생산과 소비가 지역 내에서 연동될 때 환경도 식수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이 단체의 공익성을 발현시키고 있다. 유전자변형 콩의 위험성을 피하기 위한 ‘국산 대두 트러스트 운동’도 있다.

영양학자 시마다 아키오(島田彰夫)의 ‘신토불이를 생각한다’라는 책에 따르면 우유는 본래 북쪽의 한대지역에서 단백질과 칼슘을 섭취하기 위해 먹던 식품이다. 콩과 녹황색 채소가 충분한 온대지역에서는 우유를 많이 섭취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우유 소비량이 많은 나라는 결장암과 직장암 발생과 사망률이 높다. 또 전국 초등학교 학력평가에서 10년 넘게 1등을 차지한 초등학교는 ‘아침에 쌀밥을 먹고 등교하도록 지도했다’고 비결을 밝혔다.

반면 우리는 신토불이 운동은 잊혀진 지 오래고, 이 때문인지 음식 재료의 산지에서 식탁에 오르기까지 수송 거리를 뜻하는 푸드마일리지(산지에서 식탁에 오르기까지 식품의 이동거리)가 일본과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10년 전보다 그 거리가 줄었는데 우리나라는 그 거리가 늘어났다. 푸드마일리지 증가는 식품의 자급률 저하를 나타내며 탄소 배출과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감축 방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무리 글로벌 시대라지만 신토불이만은 강화해 나가는 것이 옳다. 다행히 요즘 농산물직매장(로컬푸드매장)이 눈에 띄게 늘었다. 농산물을 생산지에서 소비하는 것은 신토불이에 부합하는 데다 미세먼지 및 지구온난화 방지, 농가소득 증대에 도움이 된다. 신토불이적 삶은 21세기의 환경 재앙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해줄 방패가 될 것이다.
 
현의송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신토불이 운동#농산물직매장#외국산 농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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