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황일순]원자력 발전, 안전체계 구축이 먼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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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순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황일순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새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의 진정한 목적은 원자력발전소와 방사성폐기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데 있다. 원자력발전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으로 국가 발전을 이끌었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경주 지진을 겪으면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에 대해 국민이 신뢰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제 원전 대신 신재생과 가스발전을 늘려 해결하자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영국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으므로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전력산업 민영화와 기후대책으로 원전과 석탄화력을 감축하고 신재생을 25%로, 가스발전을 30%로 늘렸다. 그러나 최근 전기료와 가스 수입비용 문제에 부닥쳐 결국 원전을 35%까지 증설하기 위해 국민 동의를 받았다.

미국의 원자력안전규제기관은 후쿠시마 사고 직후 국민의 신뢰 속에 원전 2기의 수명을 20년 연장하는 데 승인했다. 자국에서 중대 사고를 겪었으나 영국과 미국은 안전규제 체제를 재정립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한 것이다. 반면 탈원전에 들어선 나라들은 예외 없이 안전규제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탈원전이 능사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상당수의 남은 원전을 가동해야 하고, 주변국 원전의 영향권에서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원전은 빠르게 증가하여 10년 후면 약 50기가 한반도 서해안 쪽에서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므로 국민을 위한 안전 대책은 국내외 원전에 모두 적용될 때 진정 완성되는 것이다.

최선의 방책은 우리가 원자력 안전 일등국이 되어 국내에서부터 신뢰를 굳히고 나아가 동북아의 모든 원전을 상호 감시하는 체제를 만드는 일이다. 유럽연합은 이미 안전과 폐기물 감시 체제를 엄격히 운영 중이다. 후쿠시마 사고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미국 같은 일등 안전체제를 우리가 먼저 만들지 않으면 주변국들이 협조할 리 만무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문화적 관습을 포함한 체제 혁신이 필요하다. 그 비용은 상당할 것이나 후쿠시마 사고 같은 국가적 손실에 비할 바가 아니므로 이를 감내해야 한다. 힘든 과정을 겪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안전 전문가들과 협업으로 동북아에 맞는 표준을 만들고, 주변국과 상호 감시에 적용해야 한다.

또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하여 국민 신뢰를 우선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또 전문가들이 전문성을 십분 발휘하도록 권한과 인력을 재정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국민 참여 검증은 신뢰를 바로 세우는 첩경이다.

우리는 세계적인 원전산업을 일구었다. 이제는 세계적인 안전 체제를 일구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원자력 안전 일등국으로 우뚝 서는 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황일순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원자력 발전#원전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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