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가족의 사랑이 사람을 더 사람답게 만들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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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가 튄다. 할멈의 피다. 눈앞이 붉어진다. 할멈은 아팠을까. 지금의 나처럼. 그러면서도 그 아픔을 겪는 게 내가 아니고 자신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몬드’(손원평·창비·2017년) 》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가 있다. 소년은 외부의 자극에 따라 기쁨, 슬픔, 분노 등의 감정을 결정하는 ‘편도체’에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윤재는 열여섯 살 때 어머니와 할머니가 눈앞에서 괴한의 칼에 맞는 끔찍한 일을 겪는다. 그럼에도 ‘가족이 죽었을 때 어땠어?’라는 같은 반 친구의 짓궂은 질문에 ‘아무렇지도 않아’라고 덤덤히 말한다.

분노와 증오의 감정으로 가득 찬 소년 곤이가 있다. 어렸을 적 놀이공원에서 실수로 어머니의 손을 놓쳐 고아가 된 곤이는 반복된 입양과 파양으로 안정적인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삐뚤어진 아이로 자란다. 살인 빼고 다 해 본 괴물 같은 아이, 소년원을 제 집 드나들 듯했던 아이. 학교와 사회가 곤이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감정이 없는 소년 윤재와 극한의 감정만 남은 소년 곤이가 같은 반 친구로 만난다. 곤이는 자신의 조롱과 폭력에도 아무 반응을 하지 않는 윤재가 궁금하다. 반대로 윤재는 작은 자극에도 폭발해버리는 곤이가 알고 싶다. 둘은 서로의 상처를 나누며 한층 성장하지만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이 빠진 것처럼 완전한 인간이 되진 못한다.

저자는 마지막 퍼즐을 ‘가족’에서 찾는다. 저자는 괴물이 될 수도 있었던 윤재가 사람으로 남은 것은 가족의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칼을 든 괴한을 보자마자 ‘다가오지 말라’며 식당 문 안으로 자신을 밀어 넣은 할머니의 외침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윤재는 끊임없이 되묻는다.

괴물이 된 곤이가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도 가족의 사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곤이는 부모에 대한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들의 품에 한 번이라도 안겨보고 싶어 한다.

현대 사회는 한 인간이 가진 장애까지 보듬어줄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작가는 가족의 따뜻한 품이 불완전한 인간을 좀 더 인간다운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둥지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아몬드#손원평#창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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