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구의 옛글에 비추다]지킬 것과 버릴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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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마음을 기르는 것과 비슷한 예를 찾아본다면 아마도 싹을 기르는 것이리라. 종자도 똑같고 씨 뿌리는 시기도 같은데, 자라난 것을 보면 좋고 나쁨이 있다. 그 이유는 사람의 노력이 지극하지 못해서다. 밭을 깊게 가는 것은 뿌리가 깊이 내려 바람이나 가뭄에 견딜 수 있게 하고자 함이요, 김을 잘 매는 것은 싹이 잘 자라게 하고 잡초를 제거하고자 하는 것이다.

 마음도 이와 마찬가지다. 처음 하늘에서 받은 성품이 어찌 조금이라도 다르겠는가. 보고 느끼는 것도 같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선한 마음과 선하지 않은 마음이 생겨나는 것은 지킬 것과 버릴 것을 잘 살피지 않아서이다. 지킬 것과 버릴 것을 잘 살피지 못하면 내 마음에 부는 바람과 닥치는 가뭄을 어떻게 할 것이며, 내 마음에 생기는 잡초는 어떻게 하겠는가.

 조선 말기의 의병장 송사(松沙) 기우만(奇宇萬·1846∼1916) 선생의 ‘싹을 기르는 것에 대한 설(養苗說·양묘설)’입니다. 어떤 제자가 선생에게 “장차 농부가 되어 잡초를 없애고 싹을 기르고자 합니다” 하자, 선생은 “자네의 싹이 나날이 자라남에 따라 자네의 마음 또한 나날이 다스려질 것을 나는 아네” 하면서 축하의 뜻으로 이 글을 써 주셨다는군요. 똑같은 종자를 한날한시에 똑같은 밭에 심어도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결실이 달라지는 것처럼, 똑같이 착하게 타고난 우리들 마음도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선악이 달라진다는 말씀입니다. 착하게 살려면 지킬 것과 버릴 것을 잘 살펴야 한답니다.

 뜻을 견고하게 세우는 것은 내가 밭을 깊게 가는 것이요, 외부의 유혹을 물리치는 데 힘쓰는 것은 내가 김을 잘 매는 것이다(立志之堅固, 吾深耕也, 外誘之務去, 吾易누也). 싹을 기르되 그 가운데 해로운 싹을 제거하고, 마음을 기르되 그 가운데 해로운 마음을 제거한다면, 싹을 기르는 기술이 곧 내가 마음을 기르는 방법이 된다(養苗去其害苗, 養心去其害心, 則養苗之術, 卽吾養心之方也).

  ‘심전(心田)’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밭이 온갖 싹을 내는 것처럼 마음도 선악의 싹을 낸다는 뜻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좋은 마음을 기르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마음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뜻을 단단히 세우고, 조금이라도 나쁜 생각이 싹트지 않도록 유혹으로부터 항상 자신을 단속해야 할 것입니다.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마음#조선 말기#의병장#송사 기우만#양묘설#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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