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오페라 속 노래 제목, 오해하지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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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동아일보DB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동아일보DB
 오페라는 작품마다 제목이 있지만 오페라 속에 나오는 노래들에는 본디 제목이 없습니다. 대체로 가사 첫머리가 제목 대신 사용되죠. 오페라에 사용되는 이탈리아어나 독일어, 프랑스어와 우리말의 구조가 다르다 보니 의역(意譯)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베르디 ‘리골레토’에 나오는 아리아 ‘여자의 마음’은 본디 ‘La donna `e mobile’로 ‘여성은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움직여 다닌다’는 뜻을 갖고 있지만 ‘여자는 움직인다’고 직역하면 그 뉘앙스를 살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푸치니 ‘토스카’에 나오는 ‘별은 빛나건만’은 ‘E lucevan le stelle’로 ‘그리고 별들은 빛났다’입니다. 주인공 카바라도시가 이 노래를 부르는 시점도 새벽이므로 현재형인 ‘별은 빛나건만’이 이상하지는 않지만, 가사를 들여다보면 연인과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함께했던 행복한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입니다.

 제목 때문에 노래의 내용을 오해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1797년 오늘 (11월 29일) 탄생한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라는 유명한 테너 아리아가 있습니다. 틀린 번역은 아니지만 ‘주인공이 슬퍼하는 노래’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실제 내용은 자기가 사모하는 여인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나를 사랑한다는 증거’라며 기뻐하는 노래입니다.

 가사 첫머리를 따서 제목 대신 쓰다 보니 때로는 오해가 빚어지기도 합니다. 구노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여주인공 줄리엣의 아리아 ‘Ah! Je veux vivre Dans ce r^eve’가 있습니다. 번역하면 ‘아, 꿈속에 살고 싶어’죠. 그런데 ‘꿈속에’를 뚝 잘라 ‘Ah! Je veux vivre’만 써놓고 ‘아, 나는 살고 싶어요!’로 번역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느낌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12월 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유명 성악가들이 독창과 합창을 부르는 ‘솔리스트 앙상블’ 송년음악회가 열립니다. 소프라노 김희정은 구노 ‘로미오와 줄리엣’의 아리아를 노래합니다. ‘물론’ 착오 없이 ‘그 꿈속에 살고 싶어라’라는 매끈한 번역이 프로그램 북에 실렸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오페라#베르디#리골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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