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의 법과 사람]북 핵실험에 백두산이 노하고 있다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입력 2016-09-18 03:00수정 2016-09-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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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수석논설위원
한반도는 신령스러운 땅이다. 그래선지 숨은 도인(道人)들이 유난히 많다. 지금 대한민국과 북조선인민공화국이 절반쯤 나눠 점거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헌법에서 영토를 한반도와 부속 도서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휴전선 이남만 실효 지배하고 있다.

1년 전쯤, 작가 서영은 선생에게서 흥미로운 말을 들었다. 북한 김정은의 광기가 신령스러운 땅을 노하게 만들고, 결국 애꿎은 사람들만 큰 피해를 당할 것이라고 했다. 서영은은 몇 년 전 산티아고의 길을 20여 일 순례하면서 죽음에 직면했고, 그때 하느님을 목격했다고 토로할 만큼 영성이 깊다.

북의 핵실험으로 대지가 노한다는 발상은 비과학적이다. 그러나 그 말을 들었을 때 내 가슴에는 울림이 있었다. 최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북한의 5차 핵실험 때문이라는 루머가 SNS에서 확산된 바 있다. ‘북의 잦은 핵실험으로 지반에 영향을 일으켜 지반이 약한 경주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다’는 내용이다. 핵실험 규모가 워낙 컸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과는 관계가 없다고 단언했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하늘도 노한 북한 김정은의 핵실험 도박’이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다. ‘북핵 실험 때문에 하늘이 노해 북한이 아닌 경주에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면 한 번 더하면 대한민국 국민 전부 지진으로 죽겠구먼’이라는 힐난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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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 의원이 오버해서 그렇지 ‘김정은의 핵 불장난이 초래할 백두산 천지의 화산 폭발, 한반도의 지진’ 경고에 대해선 공감하는 과학자들도 많다.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감돌았던 북의 4차 핵실험 직후 홍태경 연세대 교수는 핵실험이 잠자는 백두산 천지의 화산을 깨워 폭발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홍 교수 연구팀은 북의 2006년, 2009년, 2013년 3차례의 핵실험 실측자료로 규모 5.0∼7.6의 가상 인공지진 발생 시 지각에 가해지는 응력 변화 예측치를 도출해냈다. 그 결과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과 백두산 간 거리(116km)를 감안하면 백두산 분출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 결과는 세계적 과학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다. 백두산은 과거부터 여러 차례 폭발했으며 1903년 마지막으로 분출했다. 지금도 맨틀에서 올라오는 가스가 측정되거나 화산 열기로 고사목이 많아 활화산으로 분류된다.

김정은이 연내 6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남남 분열돼 있다. 국내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한 정세균 국회의장이 미 하원의장을 만나선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 문제’를 지적했지만 ‘사드 배치에 반대 안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잘한 일이다.

경제나 복지에는 여야의 차가 있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안녕이 걸린 안보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순 없다. 이번 추석 연휴 때 위기에 처한 나라를 아랑곳 않고 싸움만 하는 정치권을 질타하고, 출사표를 던진 사람 중 눈을 씻고 봐도 차기 대통령감을 찾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오죽하면 50, 60대 1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선 후보 수입론까지 나왔다. 1번 두테르테, 2번 푸틴, 3번 시진핑 순이었다. 준비도 없이 남이 장에 가니 따라나서듯 대권 도전을 선언한 사람들은 곰곰 되새겨 보길 바란다.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tao4@donga.com

#작가 서영은#김정은#북한 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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