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들… 도전받는 ‘표현의 자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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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 의견이 비도덕적이고 불경스럽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는 절대로 오류가 있을 수 없다고 전제하는 태도가 비판을 덜 받거나 덜 위험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무엇보다도 더 치명적인 해독을 끼치게 된다.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책세상·2005년)

상사들은 “무슨 의견이든 자유롭게 이야기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아랫사람이 자기주장을 또박또박 펼치면 눈살을 찌푸린다. 젊은 직원들은 “윗사람이 꽉 막혔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상사의 지적을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한다.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불편해한다. 반대 측 의견은 표출조차 되지 말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세상의 모든 논쟁이 ‘옳고 그름’ 또는 ‘정의와 불의’ 사이의 대결이라면 얼마나 인생이 쉽고 간단해질까.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서로 대립하는 두 주장 가운데 하나는 진리이고 다른 하나는 틀린 것으로 확연히 구분되기보다는 각각 어느 정도씩 진리를 담고 있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인간의 정신적인 복리를 위해 ‘다른 의견을 가질 자유’와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침묵을 강요당하는 모든 의견은 진리일 가능성이 있는 데다 틀렸더라도 일정 부분 진리를 담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설령 통설이 전적으로 옳다고 해도 이설을 통해 진지하게 시험을 받지 않으면 사람들이 그 근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의미가 퇴색되고, 결국 사람들에게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인간사회는 ‘다른 의견’이 없다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인간이 토론과 경험에 힘입어 과오를 고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잘못된 생각과 관행은 사실과 논쟁 앞에서 점차 그 힘을 잃게 된다고 얘기한다. 그렇기에 어떤 생각을 억압하는 것은 ‘강도질 같은 악’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억압한 의견이 옳다면 진리를 찾을 기회를 박탈한 것이다. 잘못됐다면 틀린 의견과 옳은 의견을 대비시킴으로써 진리를 더 생생하고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빼앗은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도전#표현#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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