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음악상담실]인생의 스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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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김민기의 ‘아하 누가 그렇게’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하, 누가 푸른 하늘 보여주면 좋겠네. 아하, 누가 은하수도 보여주면 좋겠네. 구름 속에 가리운 듯, 애당초 없는 듯. 아하, 누가 그렇게 보여주면 좋겠네!”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이 우리 때처럼 열정을 가지고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혀를 차고, 아이들은 존경하며 따를 수 있는 스승이 없어서 답답하다고 합니다. 푸른 하늘과 은하수가 있다고 노래에서 배우긴 배웠는데, 실제로 본 적은 없다고 말이죠.

이 노래는 1971년에 발표되었는데, 그때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입니다. 하긴 이집트에 있는 피라미드의 벽에도 그런 이야기가 적혀 있죠. 결국 문제는 늘 소통과 신뢰입니다. 또한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고 삶의 기준을 제시해 주는 참된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것은 행운입니다. 하지만 그런 행운은 극소수에게만 허락된 것이고, 우린 늘 그러하듯 최선보다는 차선, 차차선에 만족해야 하죠. 그래도 선생님은 우리에게 꼭 필요합니다. 인간은 긍정적인 대상을 통해 발달하게 되어 있고, 그 대상은 부모님 다음에는 선생님이니까요.

정신과 의사도 환자가 의사를 긍정적인 대상으로 받아들여 줄 때, 비로소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환자가 자신에게 부족했거나 왜곡되어 있던 부모와 선생님의 역할을 보충하거나 수정할 수 있게 허락해 주는 것이죠. 이를 긍정적인 전이라 합니다.

전이는 세 단계를 거쳐 발전합니다. 먼저 이 사람은 매우 좋은 사람이고 내 편이라고 판단하며 관계가 맺어집니다. 그 다음에는 ‘이 사람은 현명하고 훌륭한 사람이다. 이 사람 말을 들으면 득이 된다’라고 대상을 믿게 될 때 관계가 깊어집니다. 전이의 이상화 단계죠. 마지막으로, 그 대상에게 인정받고 싶고, 그 대상처럼 되고 싶기에 발전적인 행동을 하게 됩니다.

발전의 동기는 사랑과 같아서, 발전적인 관계가 형성된 그 당시에는 마치 첫사랑에 빠진 것 같은 상태가 됩니다. 인정받고 싶고, 닮고 싶은 그 대상을 가장 현명하고 이상적인 인간으로 인식하게 되죠. 그리고 그럴 때 가장 급진적인 발전과 변화가 일어납니다. 잠시 푸른 하늘 은하수를 보게 되는 것이죠.

물론 현실적으로 이상적인 대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 완벽한 인간은 없으니까요. 이상화와 인정의 환상도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불같은 사랑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리고 그제야 안정적이고 성숙한 사랑을 하게 되는 것처럼, 콩깍지가 벗겨져도 대상을 통해 얻은 발전과 변화는 남고, 그것들은 서서히 내면화되어 자신만의 것이 됩니다.

꼭 학교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인생의 스승은 필요합니다. 그러한 스승이 아직 없다면 지금이라도 만나야 합니다. ‘무선생 자통’은 착각이고 아집일 뿐이니까요. 또한 이제 어른인 우리도 누군가의 스승이 되어 줘야 합니다.

참! 김민기 씨는 저의 음악 선생님이셨습니다. 열정적으로 그를 이상화하며 닮고 싶어 하던 시절은 이제 지나갔지만, 늘 고마운 분입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민기#아하 누가 그렇게#선생님#행운#무선생 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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