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미야의 東京小考]밤 벚꽃놀이에서 논한 트럼프와 핵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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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선 주자 가능성에 친구들 모두 ‘설마’하지만… 韓 美 日 中 속내는 제각각

와카미야 요시부미 일본국제교류센터 시니어펠로 전 아사히신문 주필
와카미야 요시부미 일본국제교류센터 시니어펠로 전 아사히신문 주필
도쿄(東京)의 봄밤, 벚나무 아래에서 미국 중국 한국 일본의 오랜 친구들과 꽃놀이를 했다. 술기운까지 도니 의견백출. 이하는 내가 기억하는 ‘비정상회담’의 편린이다.

미국: 아, 창피하다. 설마 했는데 트럼프 씨가 공화당에서 독주하네. 미국의 품위가 여기까지 떨어질 줄이야.

일본: 8년 전에는 오바마 대통령 출현으로 세계에 꿈을 안겨줬는데.

미: 그 반동인 거지. 어떻게 해도 안 되는 조바심의 표현이겠지. 아무도 말할 수 없었던 속내를 연발해 인기를 끌고 있으니.

일: 일본이나 한국을 지켜줄 필요는 없다, 그러니 핵개발해서 스스로 지켜라, 행운을 빈다라고도 하네.

한국: 이건 한국의 핵무장론자들도 대꾸할 말이 없다.

일: 그것도 미국의 속내인가.

미: 그리 받아들여진다면 그야말로 민폐다. 트럼프는 외교도 세계도 모른다고 오바마 대통령도 화를 내지 않나.

중국: 모두 핵을 가지라니, 중국인도 기가 막힐 얘기지. 동아시아의 핵무기는 중국만으로 충분한데.

일: 음…. 그 말도 유쾌하지 않네, 그렇다면 중국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책임을 자각했으면 좋겠구먼. 지금도 급격한 군비 확산으로 주위를 불안하게 하는 게 누구지?

미: 그리고 중국이 북한에 오냐오냐 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 아닌가. 그들에게 핵을 포기하도록 좀 더 조여 줘야 한다.

중: 아니, 시진핑(習近平) 주석도 북한 젊은이에게 체면을 구겨서 폭발 직전이다. 이번에는 유엔의 엄혹한 제재에 찬성하지 않았나.

한: 그건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을 폐쇄해 배수진을 쳤기 때문이지.

중: 역시 여성 리더들의 결단력은 대단하다.

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파탄 난 건데, 박 대통령은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씩씩하다.

일: 그래도 결정적 한 수가 되진 못했다. 워싱턴 정상회담에서도 별다른 묘책은 나오지 않았고.

미: 그건 그렇다 치고, 한일 정상은 위안부 문제를 합의한 이래 사이가 아주 좋아졌다. 오바마 대통령도 기뻐하고 있다.

일: 북한 덕이기도 하지.

미: 그런데 워싱턴에서 일중 정상회담만은 열리지 않았다.

중: 아직 중일 사이 간극은 깊다. 최근에도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일본을 ‘두 얼굴(雙面人)’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한: 두 얼굴이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지금까지의 언동으로 보자면 그에게 정말 맞는 말인데.

일: 음….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외상이 입에 담아 좋은 말은 아니다. 게다가 평화를 부르짖으면서 군비 확산에 열심인 중국이야말로 명백한 두 얼굴이다.

미: 그건 그래.

일: 다시 돌아가서 지금의 북한은 ‘조선핵미사일주의공화국’이라 해야 한다. 북한의 핵보유 신념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한: 공화국이라기보다는 왕국인데, 왕조 유지를 위해선 인민 생활도 무시할 수 없다. 어디까지 갈지, 역시 중국이 열쇠를 쥐고 있다고 봐야지.

일: 북한에 대한 제재에도 민생 지원이라면 빠져나갈 길은 있다. 중국이 어디까지 해 줄는지.

중: 분명 그 부분이 고민의 원천이다. 북한을 너무 몰아붙여 폭발하게 되면 큰일이니까. 게다가 북한과 장사로 먹고사는 중국인의 생활도 무시할 수 없지 않나.

한: 역시 못 미더워.

중: 북한은 평화협정을 원하니까 미국도 북한과 대화해 줘야지.

미: 그래도 저쪽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데 교섭을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지금은 중동 때문에 거기까지 신경 쓰질 못한다. 그러니까 ‘전략적 인내’인 거다.

일: ‘무위무책(無爲無策)적 인내’ 같은 느낌도 드는데.

중: 어영부영하다가는 북한 핵이 미국까지 갈 수 있는 날이 곧 온다.

미: 그런 협박에는 응할 수 없다. 여차하면 ‘참수작전’ 실행이다.

한: 어느 한쪽도 포기하지 않는 포커게임 같아서 무섭네.

일: 그렇군. 역시 그래서 트럼프가 나와야 하나.

일동: 설마!
 
와카미야 요시부미 일본국제교류센터 시니어펠로 전 아사히신문 주필
#비정상회담#트럼프#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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