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95>사라진 아내를 돌아오게 하는 ‘단맛’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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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를 찾아줘’를 본 남성의 십중팔구가 묻는다. “그 여자는 왜 돌아온 거야?” 주인공 에이미는 교묘한 흔적을 남기고 사라진다. 자신이 살해당한 것처럼 꾸며 배신한 남편을 범인으로 몰려고 한다. 심지어는 자살해 시신으로 발견됨으로써 남편을 사형대에 세우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그런데 남자 관점에선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그녀는 연거푸 한다.

남편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는 가운데 에이미는 자살을 포기한다. 부잣집 아들인 옛 남자 친구와 유럽에서 새 인생을 시작하기로 한다. 하지만 남편 닉의 TV 인터뷰를 보고 마음이 바뀌어 옛 남자 친구를 잔인하게 죽이고 자기 발로 집에 돌아온다.

남편을 사형대에 세우려고 용의주도한 계획을 세웠던 에이미. 그녀는 왜 갑자기 집에 돌아왔을까. 촘촘한 각본대로 남편이 살인 용의자로 지목받은 시점이었다.

답은 닉의 TV 인터뷰 내용에 있다. 별것 아닌 듯 들리는 말들이다.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정도.

그런데 진심을 담은(듯한) 그의 몇 마디 말이 에이미를 움직였다. 진심이 아니어도 그녀에겐 상관이 없다. 수많은 TV 시청자들 앞에서 고백을 받음으로써, 나라를 통틀어 가장 사랑받는 여자가 되었으니, 그렇게 보이기 위해서라도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에이미는 피칠갑한 채로 나타나 별장에 감금되어 있었던 것처럼 연기를 한다.

보통 남자들이 보기에는 한마디 말로 일대 반전을 만들어 냈다는 게 어이가 없을 정도다. 그까짓 말 몇 마디가 뭐라고.

하지만 그게 여성들이 ‘듣고 싶은 말’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남편 닉에게 싸늘했던 여론이 TV 인터뷰를 계기로 돌아서는 부분도 이 점을 보여준다. 그녀들이 ‘듣고 싶은 말’에는 남편을 사형대에 세우고 말겠다는 아내의 굳은 의지마저 한순간에 무력화시키는 마법이 있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닉은 아내 에이미에게 이런 말을 한다. “무슨 생각 해? 이 작은 머리통을 열고 너의 생각을 알고 싶어.”

닉은 아내를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나 찾아봐라’며 꼭꼭 숨은 그녀를 끌어내는 방법은 알고 있다. 바로 ‘단맛’이다.

그들은 태생적으로 단맛에 약하다. 백화점 식품매장이며 번화가의 카페마다 여성의 미각을 겨냥해 단맛 음식이 넘쳐날 만큼 ‘단맛 열풍’이다. 그들의 귀는 더 예민하다. 사탕발림 말에 반응하고, 자꾸 들어도 질리는 법이 없다.

사탕발림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 전용은 아니다. 진심을 담는다면 누구라도 그 이상의 감동 대사를 전할 수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정성으로 그녀를 찾아주자.

한상복 작가
#단맛#나를 찾아줘#에이미#듣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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