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수련시설 감독주체 불분명… 안전성 높이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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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대한민국 안전은]<上>청소년 수련시설
정부, 감독강화 15년간 미적대다 7월 22일부터 시행

허술한 체험기구, 낡은 시설… 방치된 안전 해병대 캠프를 운영 중인 경기도내 E수련원에 있는 레펠시설은 낙하지점의 바닥판이 덜컹거렸고, 줄을 조정하는 도르래에 녹이 스는 등 안전 관리가 허술했다(위쪽 사진). 수련원 앞의 공터에는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철제 시설물 등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아래쪽 사진). 임현석 lhs@donga.com·전영한 기자
허술한 체험기구, 낡은 시설… 방치된 안전 해병대 캠프를 운영 중인 경기도내 E수련원에 있는 레펠시설은 낙하지점의 바닥판이 덜컹거렸고, 줄을 조정하는 도르래에 녹이 스는 등 안전 관리가 허술했다(위쪽 사진). 수련원 앞의 공터에는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철제 시설물 등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아래쪽 사진). 임현석 lhs@donga.com·전영한 기자
씨랜드 참사 등 각종 대형 사고에도 불구하고 국내 청소년 수련시설은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해 7월 18일에도 충남 태안의 한 사설 해병대캠프에서 인명구조사 자격증은 물론이고 교관 경험도 없는 교관들이 공주대사대부고 학생들을 지도하다 5명이 파도에 휩쓸려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정부는 씨랜드 참사 이후에도 청소년 수련시설에서의 사고가 반복되자 안전점검을 강화하고, 시설 개선 작업을 유도했다. 실제로 동아일보 취재팀이 둘러본 청소년 수련시설의 ‘하드웨어’는 과거보다 많이 개선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민간으로 운영되는 청소년 수련시설의 안전성을 근본적으로 높이려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철저한 안전점검과 함께 운영자들에 대한 관리감독 등 소프트웨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안전 사각 민간 시설


청소년 수련시설은 공영(공공기관 운영)보다 민간 운영이 더 많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전국 343개 청소년 수련시설(유스호스텔 포함) 가운데 민간이 운영하는 시설은 236곳(68.6%)에 이른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청소년 수련시설은 예산과 인사는 물론이고 안전점검에서도 정부의 관리감독을 철저히 받는다. 그러나 민간 시설은 운영자가 희망할 경우에만 정부가 청소년 수련시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종합안전점검과 종합평가를 받아 왔다. 민간 시설이 사유재산이라 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 점검에서 ‘적정’ 등급 이상을 받지 못하면 학교들이 학생을 보내지 않아 경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자청해서 정부의 점검과 평가를 받는 운영자는 많지 않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1년 종합안전점검과 종합평가를 받은 민간 청소년 수련시설은 전체의 46%에 불과했다. 씨랜드 참사 이후 15년 동안 정부의 안전점검조차 제대로 받지 않은 시설을 청소년들이 무방비 상태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특히 시설을 관리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인력의 전문성이 크게 부족하다. 김흥섭 세명대 교수(청소년시설환경학회장)는 “청소년 수련시설은 학생들이 들어올 때만 운영하다 보니 관리자들도 임시직인 경우가 많다”며 “시설 특성에 대한 조사도 부족하고 전문성도 없다 보니 시설 관리와 안전점검이 꾸준히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병대 캠프 참사 이후 정부는 민간 청소년 수련시설도 종합안전점검과 종합평가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청소년활동진흥법 등 관련법을 개정하고, 올해 7월 2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종합평가에서 ‘미흡’ 또는 ‘매우 미흡’을 받은 시설은 앞으로 학생들을 수용할 수 없다. 또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한 시설은 운영 정지 명령을 받을 수도 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대책을 마련했지만 종합평가 등급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현재 전국 청소년 수련시설에 대해 종합안전점검과 종합평가를 진행 중인 여성부는 최종 등급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각 시도교육청과 지자체에만 통보할 계획이다. 민간 시설이 사유재산인 만큼 등급 공개에 따른 재산 피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교육청 통보만으로도 안전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부 관계자는 “등급을 공개하면 가뜩이나 영세한 민간 운영자들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미흡 이하 등급을 받은 시설은 개선을 하지 않는 한 학생들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업을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련시설 평가 등급 정보를 알 수 없는 학원이나 민간 청소년단체, 종교단체 등이 이 시설들을 이용할 때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청소년 안전 기능을 재난 컨트롤타워로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 이원화, 삼원화돼 있는 청소년 수련시설 관리 체계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학교 체험활동은 교육부가 관리하지만 청소년 수련시설은 청소년활동진흥법에 따라 여성부가 관리하고 있다. 일부 시설은 또 지방자치단체가 위탁받아 관리감독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처럼 사고가 터질 경우 부처별, 지자체별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신설될 국가안전처 등 재난 컨트롤타워에 청소년 시설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기능이나 부서가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하성 경일대 교수(소방방재학)는 “관리감독 기관과 시설 운영자의 유착을 막기 위해서는 일선 감독기관과 시설을 동시에 감독하는 ‘투 트랙 점검’이 필수적”이라며 “청소년 안전기능이 컨트롤타워로 모아진다면 이 같은 투 트랙 점검도 상시적으로 가능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청소년활동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씨랜드 참사(1999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에 대한 안전점검도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문제가 됐던 조립식 패널 건물은 청소년 수련시설에 쓰지 못하도록 했지만 참사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유지 보수하는 형식으로 계속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진이 평택대 교수(아동청소년복지학)는 “화재에 취약한 조립식 패널 건물이 아직도 많은 청소년 수련시설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각 지역 지자체에 전문 인력을 늘려 부실 건물들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을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안전#청소년 수련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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