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58>어떤 대답을 듣고 싶은 것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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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편은 나를 너무 좋아하는 것 있지? 휴일에는 졸졸 따라다닌다니까? 이 남자 왜 이러는 건지 해석 좀 해줘.”

모임에서 한 여성이 자랑을 고민으로 위장하고는 친구들의 대답을 원한다. 전형적인 ‘답정너’다. 답정너란 ‘답은 정해져 있으니까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신조어로, 원하는 대답을 유도하는 질문을 자꾸 던지는 이를 지칭한다.

이런 식이다. “어떤 사람이 나더러 코 성형했냐더라. 이게 어디가 성형한 코야?” “(가장 작은 사이즈의 옷을 입고도) 나 살찐 것 같아. 이젠 뭘 입지?”

답정너 여성은 듣고 싶은 대답(대개는 칭찬)이 나올 때까지 반복적으로, 때로는 끈질기게 질문을 한다. 듣는 사람이 괴로울 수 있다. ‘남의 대답에서 만족 찾기’는 여성들이 남의 말에 워낙 예민하기 때문이다. 남성의 눈이 매력적인 여자를 놓치지 않는 것처럼, 여성의 귀 또한 듣기 좋은 말을 열심히 탐지한다. 여성들이 드라마 남자주인공의 ‘두드러기 유발 대사’에 환호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청각능력은 여성이 연령대를 불문하고 남성에 비해 20% 정도 발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시각능력의 경우 움직이는 물체를 보고 반응하는 속도나 구분능력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앞섰다. 여성의 민감한 귀는 남자의 부드러운 중저음에 활짝 열리며, 때로는 감언이설임을 알면서도 자꾸 들으려는 경향이 있다.

답정너는 공감을 기대하는 심리에서 출발한다. 여성 모임에서 남편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먼저 털어놓으면, 모두가 “우리 남편도 그렇다”고 맞장구를 쳐준다. 서로를 위로해주며 동질감을 느끼기 위해서다. 공감은 그들 사이 소통의 키워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남편은 안 그런데” 하고 튀었다가는 ‘넌씨눈’이 되기 십상이다. 넌씨눈은 ‘넌 씨× 눈치도 없냐’의 준말이라고 한다. 여성 사이에선 지나친 답정너도 그렇지만 넌씨눈 역시 민폐의 유형으로 꼽힌다.

공감을 약간 넘어 칭찬받기를 원하는 게 답정너다. 공감과 칭찬의 경계선에 묘하게 걸쳐져 있는 셈이다. 따라서 무뚝뚝한 성격이 넌씨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상대가 “나 살찐 것 같지 않아?” 또는 “피부가 거칠어진 것 같지 않아?” 하고 답정너를 원할 때 침묵하다가 거듭되는 질문에 “그래. 살쪘고 피부도 거칠어. 됐냐?” 하고 대답한다면 더욱 그렇다.

답정너 여성에게 원하는 대답을 해준다고 손해 볼 일은 없다. 다만 어떤 답정너는 원하는 대답을 해줘도 화를 낸다. 그러면서 다시 묻는다. 자꾸 듣고 싶어서다. 화를 낸다고 중간에 그만두면 아니 한 것만 못한 결과가 나오기 십상이다.

한상복 작가
#답정너#대답#질문#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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