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배 속을 떠다니는듯… 40분 유영 끝나자 날아갈듯 가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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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체험 클리닉]<3>제주 WE호텔 ‘水치료’

본보 유근형 기자가 제주 서귀포시WE호텔의 메디테이션 풀에 누운 채 ‘아쿠아라나’를 체험하고 있다. WE호텔 제공
본보 유근형 기자가 제주 서귀포시WE호텔의 메디테이션 풀에 누운 채 ‘아쿠아라나’를 체험하고 있다. WE호텔 제공
《 세상에 나오기 전 엄마 배 속을 유영하던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상상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느낌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기자는 최근 엄마의 자궁 속에서 따뜻한 양수의 온기를 느끼며 둥둥 떠다니는 듯한 편안함을 경험했다. 꿈속에서 일어난 일은 결코 아니었다. 수(水) 치료의 한 프로그램인 ‘아쿠아라나(수중 마사지 및 스트레칭)’를 체험하면서다. 수 치료는 물속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형태의 재활·물리 치료다. 수 치료엔 미네랄이 풍부한 물속에서 치료받는 아쿠아라나뿐만 아니라 물을 마시거나 물을 몸에 바르거나 쏟아지는 물에 몸을 대는 수압마사지 등이 있다. 따라서 수 치료는 뇌중풍 등 질환으로 인한 수술 뒤 재활 환자, 근육통 및 관절 환자, 움직임이 불편한 노인들이 주로 이용한다. 최근엔 아토피 피부염 환자, 몸이 붓는 산모, 피로에 지친 일반인도 늘고 있다. 》

세계적 수준의 수 치료 센터를 갖춘 제주 ‘WE호텔’에서 수 치료의 참맛을 느껴봤다. 최일봉 WE호텔 병원장은 “WE는 ‘Water and Energy(워터 앤드 에너지)’의 약자이며 치료 목적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을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치유 목적의 의료관광 메디컬 리조트”라고 말했다.

○ 맞춤형 수 치료 제공


지난달 28일 제주 서귀포 한라산 자락에 위치한 WE호텔에 도착하자 생경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5성급 호텔 부럽지 않은 인테리어로 장식된 곳에 흰색 목욕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1, 2층에 위치한 수 치료 센터와 3∼5층의 객실을 오가는 이용객들이었다. WE호텔이 병원과 호텔을 접목시킨 국내 최초의 메디컬 리조트라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졌다.

의료진은 기자를 먼저 수영장이 아닌 진료실로 안내했다.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형 치료를 위해서는 체형검사, 체열검사, 체질량검사, 안면피부검사 등이 필요했다.

체형검사에서는 몸의 무게중심이 전체적으로 앞으로 쏠리는 경증 요추전만과 거북목 진단을 받았다. 복부 비만이 있고, 컴퓨터를 많이 쓰는 현대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했다. 몸의 열 분포를 측정하는 체열검사에서는 대부분 정상이었지만, 어깨와 목 부위가 주변보다 다소 낮은 33.5도 정도로 나왔다. 근육이 뭉치고 염증이 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모니카 비어먼이 고안한 독일의 대중적 수 치료인 ‘아쿠아라나’와 복부 근육을 키우는 ‘아쿠아 피트니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 엄마 배 속을 유영하는 착각 들어

아쿠아라나를 위해 메디테이션 풀(Meditation Pool)에 들어서자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수영장 위로 돔 모형의 조형물이 있어 굴에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돔의 벽에는 다양한 빛을 쏴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홍준기 수 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몸을 뒤로 눕혔다. 부력을 높이는 보조기구를 다리와 목 위에 얹으니 한결 편안해졌다. 귀가 물속에 잠기자 음악이 흘러나왔다. 수중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이었다. ‘엄마 배 속에서 태교 음악을 들으면 이런 기분일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수 치료사는 먼저 물 위에 뜬 기자의 팔과 다리를 가볍게 주물렀다. 물에 대한 공포와 남아 있던 긴장감이 이내 사라졌다. 그러곤 기자의 몸을 이리저리 끌며 물의 저항을 온전히 느끼게 하면서 스트레칭을 해줬다. 신비한 느낌은 그때 찾아왔다. 낯선 치료사가 몸을 이끌고 있다는 어색함은 이내 사라지고 엄마 배 속을 유영하고 있다는 착각이 밀려왔다. 약 40분의 유영이 끝나자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거칠었던 피부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같은 시각 함께 아쿠아라나를 체험한 50대 여성은 “인어공주가 된 것 같았다”고 했고, 다른 30대 여성은 “하늘을 나는 것같이 황홀했다”고 했다.

○ ‘아쿠아 피트니스’ 지상 운동보다 효과 만점


다음으로는 제주도 천연 암반수를 사용하는 용암해수탕으로 이동해 ‘아쿠아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복부를 자극하는 다양한 자세를 반복했다. 기자는 ‘몸꽝’이지만 물의 부력 때문인지 큰 동작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마무리로는 약산성(pH 4.2∼4.8)의 탄소가 나오는 욕조에서 수중 안마를 받으며 뭉쳤던 근육을 풀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기분은 상쾌해졌지만, 과연 얼마나 효능이 있는지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체열검사를 한 번 더 받아봤다. 33.5도 정도였던 어깨와 목 부위의 온도가 35.2도까지 올라왔다.

주치의인 강은철 WE호텔 웰니스센터장(제주한라병원 재활의학과장)은 “뭉쳤던 근육이 조금은 풀어졌다”며 “물 밖에서 운동할 때보다 힘은 덜 들지만, 신체 밸런스의 회복 속도는 더 빠른 것이 수 치료의 최대 장점이다”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인 수 치료 1회는 오픈 기념으로 80분에 약 15만 원. 숙박, 조식, 피부케어를 포함한 WE호텔의 2박 3일 수 치료 프로그램은 120만 원부터 시작된다.

서귀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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