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게일 콜린스]‘로열베이비’ 탄생 잔치를 보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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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일 콜린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게일 콜린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나는 영국 로열패밀리가 어쩌면 모두에게 유용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무 할 일 없이 ‘케임브리지의 왕자’ 즉, 조지의 탄생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며 일부 냉정한 관찰자들은 (그 못지않게 사랑받는) 판다 새끼의 탄생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영국이 윈저가의 새 가족 탄생을 기다리는 동안 뉴욕에서는 앤서니 위너의 섹스팅 스캔들로 시끄러웠다.

낙마한 민주당 하원의원 출신으로 뉴욕시장 후보로 돌아온 위너는 오히려 기자들을 비난했다. 그의 메시지는 간단했다. 이번 스캔들은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가 의원직을 사임하고 재활훈련을 하는 중에도 섹스팅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들은 다소 외설스럽지만 흥미를 끌기엔 충분하다. 그가 외설 온라인 사이트에서 사용한 이름은 ‘칼로스 데인저(Carlos Danger)’였다. 위너가 의회에서 했던 보험 관련 연설이 한 여성에게는 일종의 ‘짝짓기 음성’으로 들렸나 보다. 위너와 섹스팅을 했던 이 여성은 위너에게 “당신의 건강보험에 대한 열정적 연설이 날 흥분시켰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정치 스캔들이 농담 수준을 넘어 슬프고 우울해질 때가 있다. 위너 스캔들이 바로 그 예다. 그는 자신의 스캔들 때문에 나타날 대중의 공분이나 비극적인 아내를 예상하면서도 시장 직에 도전했다. 아마 화려한 조명을 받지 못하는 삶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실권은 없지만 로열패밀리가 있는 영국 같은 곳에서는 명성에 굶주린 이들이 큰 난리를 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영국 왕실은 장점이 있다.

영국 왕실은 매혹적이면서 권태롭다는 측면도 있다. 세손빈 캐서린의 풍성한 머리와 왕세손 윌리엄의 탈모, ‘나쁜 남자’ 해리 왕손과 87세의 할머니 여왕. 이런 왕가 구성원들의 모든 삶의 이정표가 끝없는 관찰과 수다의 대상이다. 세손빈의 출산 소식을 전하기 위해 3주 전부터 병원 앞에 진을 치고 있던 취재 열기도 흥미로움을 더했다.

미국에서 영국 로열패밀리와 가장 유사한 것은 대통령과 그 가족인데 대통령은 거의 다 중장년층의 남성들로 대부분은 이정표가 될 만한 가족사가 없다. 설령 있어도 국민의 반응은 놀랄 만큼 미지근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백악관에서 결혼했거나 아이를 낳은 경우는 단 한 번 있었다. 그것도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그로버 클리블랜드(22대와 24대 대통령)였다! 그는 상당한 나이 차의 연하 여성 프랜시스와 1기 재임 기간에 결혼했다. 2기 재임 기간이 끝날 즈음에는 3명의 딸을 두었다. 국민은 대통령의 부인을 사랑했지만 대통령의 가족사와 관련해서는 매우 어두운 소문들이 따라다녔다. 대통령의 세 딸이 모두 기형으로 태어났는데 클리블랜드 대통령이 임신 중인 부인을 구타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소문을 참다 못한 대통령의 부인은 보모에게 딸을 공식행사에 데리고 오라고 지시했다. 팔다리 모두 멀쩡하다는 걸 (대중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

존 타일러와 우드로 윌슨 대통령도 재임 기간에 결혼했지만 백악관에서의 결혼식은 아니었다. 당시 국민은 윌슨 대통령이 사별한 첫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는 기간이 좀 더 길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요즘 인기 있는 미국 ABC방송의 드라마 ‘스캔들’에서는 대통령 부부가 낳은 ‘아메리칸 베이비’ 출산 소식에 국민이 기뻐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러나 드라마 속 인물들 모두가 행복하게 살지는 못한다.

대중을 위해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뉴스의 주인공, 가십 수준의 나쁜 행동만 하는 별도의 그룹이 존재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모두에게 윈-윈이다. 비용이 다소 문제지만 영국 로열패밀리 유지 비용은 과거 면화 농가에 대한 보조금 지급액보다 적은 금액 아닌가.

게일 콜린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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