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역설의 시대… 왜 부유해질수록 허전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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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던 길로 계속 가면 미래로 가는 길을 놓칠 것이다”

‘텅 빈 레인코트’(찰스 핸디 지음·21세기북스·2009년)

이 책은 세계적 경영사상가인 찰스 핸디가 1993년에 쓴 책이다. 책 제목인 ‘텅 빈 레인코트’는 비바람을 막기 위해 꼭꼭 여며 입은 레인코트 속에 정작 사람의 몸은 없는 조각 작품처럼 ‘역설의 시대’를 상징한다.

점점 부유하고 편리해지는 생활 속에서 인간은 더욱 허전하고 공허해진다면 경제 발전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저자는 경제 발전을 이뤄낸 자본주의 사회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역설의 유형 9가지를 제시한다.

점점 중요해지지만 제대로 측정하기 힘든 지적 능력의 역설, 경제적 이익과 긍정적 가치가 대립한다는 부의 역설, 분권화되어야 하지만 중앙집권적인 모습을 잃으면 안 되는 조직의 역설 등이다.

이처럼 상반되는 요소들이 공존하는 역설의 시대를 제대로 살려면 균형의 유지가 중요하다. 시그모이드 곡선은 가로로 누운 S자 모양의 곡선이다. 초기에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아래로 내려가다가 약점과 실수를 극복해 바닥을 치고 올라가서 정점에 이른 후 달이 이지러지는 것처럼 다시 쇠퇴한다. 인생을 포함한 세상 모든 것의 흥망성쇠를 보여준다.

정점 이후 쇠락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인가. 저자는 첫 번째 곡선이 하강하기 전에 새로운 곡선을 그림으로써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삶을 제안한다. 그런데 두 번째 곡선은 반드시 첫 번째 곡선의 하강 국면이 아니라 상승 국면, 그것도 거의 정점에 다다르기 직전에 그리기 시작해야 한다. 정점을 지나서까지 첫 번째 곡선, 즉 오던 길로 계속 가면 쇠퇴와 멸망이 기다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때는 두 번째 곡선을 새로 그릴 힘마저 없다.

누구나 알다시피 정점의 직전에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결단과 용기 없이는 불가능하다. 더구나 정점의 직전인지, 아직도 정점이 한참 남았는지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어쨌거나 두 번째 곡선을 그릴 준비를 항상 하는 것은 늘 의심을 품게 만들고 호기심과 창의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변하는 세계에서 완벽한 해답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끊임없이 새로운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정종걸 재무전문가
#텅 빈 레인코트#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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