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 답한다]인권보다 이익 우선시하는 국제사회,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제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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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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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아프리카의 부족 학살이나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과 같은 비극이 일어날 때 국제사회가 올바른 압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천부인권은 인류 보편의 절대가치로 합의된 것 아닌가.(ID: carp****) 》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정치학 박사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정치학 박사
정치학과 국제법 교과서의 당위적 답변은 ‘그렇다’이다. 그러나 국제정치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천부적 인권(人權)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마땅히 누리고 행사할 수 있는 기본적 자유와 권리이다. 인권은 17세기 ‘자연권(natural rights)’ 개념으로 등장하여 18세기 시민혁명에서 ‘사람의 권리(human rights)’로 자리 잡았다. 국제연합(유엔)의 설립, 세계인권선언과 난민협약 제정에 힘입어 20세기 후반에는 인권이 국제법상 보편적 권리로 인정되었다. 그 후 국제사회는 전쟁과 종족 분쟁, 이데올로기, 독재자, 기아와 환경재앙 등 인권이 침해되는 상황들에 직면하면서 인권의 보호절차를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보호 범위를 확대하여 왔다.

국제인권법 학자들과 인권운동가들은 인권의 범위를 확대해 환경권, 건강권과 같은 제3세대 인권 개념까지 발전시켜 왔으나 실제 국제사회의 인권보호는 제한적이고 선택적 보호조치들만이 이뤄졌을 뿐이다.

국제사회에서 선택적 인권보호가 이루어진 일차적 원인은 ‘주권 절대성 원칙’이다. 국제사회에서 인권문제 가해자는 대부분 독재자와 국가권력이며, 국가에 대한 외부세계의 개입은 주권 불간섭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20세기까지 주권 불간섭 원칙은 독재자의 도피처 역할을 해왔으나, 1999년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전쟁과 대량학살로부터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주권국가의 권리에 대해서도 유엔이 개입해야 한다”며 주권보다 인권우선을 통한 인권보호의 중요성을 천명했다.

코소보와 동티모르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사회는 유엔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결의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이때 유엔과 국제사회가 개입한 명분은 ‘인권보호’였다. 그러나 더욱 심각하거나 동등한 수준의 인권침해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는 아프리카 지역에 개입하지 않는 이유는 이것으로 설명되지 못한다.

미국 등 서방국가 중심의 유엔 결의와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를 통한 인권보호 및 거부조치의 이면에는 인권 이외에 정치적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 결과들은 해당지역의 석유와 광물자원, 이스라엘 보호 등 참여국가의 이익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국제사회의 인권보호를 위한 개입절차는 유엔결의와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 등으로 제도화돼 있지만 개입의 우선순위 결정과 보호조치는 이해관계 국가들의 ‘국가이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인 것이다. 세계난민협약 가입 국가인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사태를 국제사회가 제지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이익을 우선시하는 국제정치의 현실 외에 설명할 논리를 찾기 어렵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정치학 박사   

질문은 e메일(jameshuh@donga.com)이나 우편(110-715 서울 종로구 세종로 139 동아일보 문화부 ‘지성이 답한다’ 담당자 앞)으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인권#국제사회#탈북자#강제북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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