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킴벡의 TRANS WORLD TREND]<1>뉴욕 남자들도‘여자의 로망’버킨백에 빠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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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루이뷔통의 디자인 수장이면서도 평소에 에르메스 ‘버킨백’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노출돼 화제가 된 마크 제이콥스. 2 2011년 가을, 겨울 시즌을 겨냥한 에르메스 패션쇼에서 HAC백을 들고 나온 남성 모델. 3, 4 버킨백을 즐기는 뉴욕 남성들. 조엘 킴벡 씨 제공
1 루이뷔통의 디자인 수장이면서도 평소에 에르메스 ‘버킨백’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노출돼 화제가 된 마크 제이콥스. 2 2011년 가을, 겨울 시즌을 겨냥한 에르메스 패션쇼에서 HAC백을 들고 나온 남성 모델. 3, 4 버킨백을 즐기는 뉴욕 남성들. 조엘 킴벡 씨 제공
국내 남성 스타들 사이에서도 패션 아이콘으로 통하는 힙합 가수 칸예 웨스트가 에르메스의 ‘오 아 쿠루아(HAC)’백을 들고 있는 모습. 조엘 킴벡 씨 제공
국내 남성 스타들 사이에서도 패션 아이콘으로 통하는 힙합 가수 칸예 웨스트가 에르메스의 ‘오 아 쿠루아(HAC)’백을 들고 있는 모습. 조엘 킴벡 씨 제공
요즘 미국 뉴욕 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 하나가 에르메스 ‘버킨백’을 든 남자들의 모습이다. ‘남자가 버킨이라니….’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한 개에 1000만 원이 훌쩍 넘고 구매 대기자만도 100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세간을 들썩이게 했던 버킨백은 영국의 가수이자 영화배우 제인 버킨의 성(姓)을 딴 가방이다.

여성들의 ‘로망’으로 유명한 버킨백을 뉴욕에서는 요즘 패셔너블한 남자들이 들고 다닌다고 해서 놀랄 것까진 없다. 사실 버킨백은 남성의 DNA를 가지고 있다. 버킨백의 모티브가 된 가방은 에르메스의 남성용 여행 가방이다. 에르메스는 원래 마구(馬具)와 그에 관련된 피혁 제품 및 여행용품의 제작을 근간으로 했던 업체이기에 초기에는 큼직하고 견고한 남성용 가방을 주로 만들었다.

요즘 뉴욕 남자들은 버킨백 자체도 좋아하지만 사실 ‘오 아 쿠루아(Haut `a Courroies)백’을 더 좋아한다. 버킨백과 거의 똑같이 생기고 디테일도 유사하지만 사이즈와 부속품 등에만 다소 차이가 있는, 별칭으로 ‘HAC백’으로 불리는 가방이다.

가로 길이만도 50cm가 넘어 여행용 가방처럼 보이는 이 빅백이 남성 뉴요커들에게 인기가 높아진 결정적 것은 셀러브리티 효과 때문이다. 소위 패셔니스타로 불리는 남성 ‘셀럽’들이 이 백에 열광하면서 남자가 에르메스 버킨백 스타일의 핸드백을 들어도 충분히 멋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세계적인 패션 하우스 루이뷔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역시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 한국에서도 남성 스타들의 패션 아이콘으로 불리는 힙합 가수 칸예 웨스트와 퍼렐 등이 이 HAC백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목격돼 뉴요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특히 에르메스의 경쟁 브랜드라 할 수 있는 루이뷔통의 ‘얼굴’ 격인 제이컵스가 사생활에서는 이 가방을 몇 종류씩 애용하는 모습이 파파라치 사진을 통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또 너무 유명해진 버킨백 대신 아직 조금은 마니아적으로 느껴지는 HAC백이 더 신선하게 느껴지면서 이 모델에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이다.

이제는 여성 스타들도 이 가방의 인기에 가세하고 나섰다. 빅토리아 베컴을 비롯해 톰 크루즈의 부인인 케이티 홈스, 올슨 자매 등 여성 패셔니스타도 버킨백을 넘어 HAC백까지 애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르메스 역시 이런 분위기를 읽고 2011년 가을 겨울 시즌의 남성복 컬렉션에 과감히 이 백을 투입해 런웨이를 걷는 모델들의 손에까지 쥐여줬다. 이전과 달리 남성라인에서도 적극적으로 핸드백을 전개할 여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 여세를 몰아 이제까지 가로 30∼40cm 사이즈가 일반적이었던 ‘켈리백’도 최근 가로 50cm 정도로 큰 사이즈, 켈리 릴렉스 라인으로 새롭게 선보여진 바 있다.

에르메스는 지난해 뉴욕 매디슨가의 플래그십 스토어 바로 맞은편에 단독 남성매장을 여는 등 최근 들어 남성 패션 시장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 매장 직원에 따르면 실제로 이 남성 전용 매장이 생긴 이후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이제 버킨백과 HAC백에서 남녀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금장 체인에 퀼팅된 샤넬백처럼 처음부터 여성을 위해 만든 백이나 여성들의 체형에 맞게 아주 작게 제작된 백이 아닌 이상 남자들의 ‘도전’은 앞으로 더욱 뜨겁게 이어질 것이다.

지금은 뉴욕에서 시작된 이 트렌드가 머지않아 한국에 상륙할 날도 있을 것 같다. 만약 남자 아이돌 스타라도 한 명 나서서 이 트렌드를 주도한다면 한국에서 일반 남성들이 버킨백을 들고 다니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다.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조엘 킴벡 씨는…::

새 패션 칼럼 필자인 조엘 킴벡 씨는 미국 뉴욕의 패션광고사 ‘립맨’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의 패션 광고 제작을 담당해 왔습니다. 현재 미국 일본 한국 등지에서 패션·문화 칼럼니스트로 활약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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