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대학 탐방]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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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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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66위로 급성장한 성균관대 글로벌 MBA… 재학생들이 말하는 장점은?
“외국 교수-학생과 심층 토론… 글로벌 안목 쑥쑥”

수준 높은 외국인 교수와 다양한 국적의 학생, 해외 명문 MBA와의 복수학위 제도.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은 이런 장점 덕분에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졸업생의 취업률과 연봉 상승률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SKK GSB 제공
수준 높은 외국인 교수와 다양한 국적의 학생, 해외 명문 MBA와의 복수학위 제도.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은 이런 장점 덕분에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졸업생의 취업률과 연봉 상승률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SKK GSB 제공
경영전문대학원(MBA)은 무조건 외국에서 다녀야 하는 줄 알았다. 10년 전만 해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미국이나 유럽의 MBA가 훌륭해서이기도 하지만 국내에는 MBA라 할 만한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대학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MBA를 만들기 시작한 지 7, 8년이 흘렀다. 초기에는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곳도 있었고, 교육 과정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외국 학생들이 한국 MBA를 찾을 정도로 틀을 갖췄다.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은 이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세계 MBA 7000여 곳을 평가한 결과 세계 66위, 아시아 10위를 차지하면서 국내외의 시선이 달라졌다.

○ 선택과 집중으로 성공


SKK GSB는 2004년 문을 열었다. 2년 정도 철저한 준비를 거친 뒤였다. 세계적 MBA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비결은 선택과 집중. 다른 대학이 주간 야간 주말 온라인으로 프로그램을 쪼개 MBA 과정을 여러 개 만들 때 성균관대는 주간 과정인 ‘글로벌 MBA’와 주말 과정인 ‘EMBA(Executive MBA)’만 운영했다.

인원은 소수정예로, 교육과정은 강도 높게 꾸렸다. 매년 8월 개학해 16개월간 이어지는 코스. 글로벌 MBA에서 60명, EMBA에서 50명이 공부한다. 커리큘럼도 손질했다. 한국 대학원의 전형적인 학기제(15주) 대신 7주에 네 과목을 이수하는 ‘모듈제’를 도입했다. 모듈마다 난도를 높여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도 빨리 적응하도록 설계했다. 모듈 사이사이에는 ‘인텐시브 위크’를 만들어 한 주에 한 과목을 집중적으로 수업한다.

SKK GSB의 다른 강점은 외국인 교수와 학생 비율이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높고, 정통 미국식 교육 내용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교수의 65%, 학생의 35% 정도가 외국인이다.

또 개교 당시부터 국제화에 공을 들였다. 미국 20위 이내의 명문 비즈니스 스쿨인 인디애나대 켈리스쿨의 로버트 클렘코스키 석좌교수를 원장으로 영입하고,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과 손잡아 두 학교의 학위를 동시에 딸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MBA는 미국 톱 비즈니스 스쿨 6곳과 교환학생 과정을 마련했다. EMBA는 전 과목의 50% 이상을 켈리스쿨 교수들이 직접 가르친다. FT 평가의 국제화 프로그램 항목에서 미국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를 앞서며 11위를 차지한 비결이다.

연세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 전자계열사에서 7년간 일하다 글로벌 MBA에 입학한 이경호 씨(34)도 국제화와 복수학위를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외국 친구들과 공부하다 보니 외국 문화를 단순히 아는 수준을 넘어서 새로운 점을 늘 경험하고 깨닫는다. 특히 남미나 인도에서 온 친구들이 책으로만 접하던 현지 기업이나 경제 상황을 생생하게 말해줘 내가 하려는 마케팅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

그는 인디애나대 켈리스쿨과 MIT 슬론 중 한 곳에서 복수학위를 딸 예정이다. 굳이 미국에서 직업을 구할 계획이 아니라면 국내에서 MBA를 하면서 해외 대학의 학위를 복수로 받는 SKK GSB의 시스템이 매우 효율적이라고 그는 말했다.

지난해 EMBA에 입학한 라케시 미스트리 GM대우 이사는 “인도인인 내가 한국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MBA를 다닐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동기 대부분이 한국의 유명 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중견 관리자여서 업무나 지식 면에서 엄청난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 재학생과 졸업생 모두 강력 추천


SKK GSB를 거쳐 간 졸업생이나 재학생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교육과정이 기대만큼 탄탄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MBA는 주간과정이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학교에 몰두해야 한다. 소득을 잃으면서 공부하겠다고 결심하기가 쉽진 않다. 수업료는 작년 기준으로 총 4650만 원 정도. MBA를 마친 뒤 연봉이 얼마나 뛸지, 직급이 얼마나 오를지를 따져보고 입학해야 한다.

이달 말 졸업을 앞두고 글로벌 컨설팅사인 타워스왓슨에 입사한 이윤지 씨(33·여)는 “액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전 직장보다 연봉이 많이 올랐다. 동기들도 대부분 30% 이상 올랐다더라”고 전했다.

그는 “국적과 배경이 다양한 학생들과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공부하면서 전혀 다른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익혔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시장점유율이 낮은 의류 건조기의 사업방안과 관련해 대부분의 팀은 어떤 마케팅 전략을 쓸지를 고민했다. 그러나 외국 학생이 많았던 팀은 여러 나라의 의류 건조기 판매율과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율, 강수량, 전기료 등 다양한 변수의 상관관계를 조사해 강수량이 판매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강수량으로는 의류 건조기가 많이 팔리지 않으므로 마케팅에 과도한 투자를 하지 말라는 특이한 결론이 나왔다.

실제로 SKK GSB 출신은 기업에서 선호하는 인재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MBA는 취업률이 4년 연속 100%, 연봉 상승률은 43%다.

경력 8년차 이상의 현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모집하는 EMBA도 마찬가지다. 김정선 씨(42·여)는 한국HP를 거쳐 삼성전자에서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지난해부터 EMBA에 다닌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일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힘이 들지만 좀 더 일찍 시작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금요일과 토요일에 몰아서 수업을 하니까 체력적으로는 조금 달리지만 더 몰입할 수 있고, 직장경력이 단절되지 않아서 좋다. 현재 중역이거나 곧 중역이 될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는데 비즈니스 전반, 비전과 전략, 의사 결정 등 직접 도움이 되는 내용을 익힐 수 있다.”

미국 MBA 진학도 고려한 김 씨는 비용이나 시간면에서 SKK GSB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평했다. 2억∼3억 원이 드는 해외 MBA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학비(총 9000만 원)로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서다.
▼ “기업과의 네트워크 막강… 인턴-취업 큰 도움 자신” ▼
유필화 SKK GSB 부원장


“세계적 수준의 MBA가 있다는 것은 그 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다.”

SKK GSB의 유필화 부원장(58·사진)은 성균관대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MBA 교수진과 시설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를 국내외 인재가 한국에서 마음껏 공부하고 역량을 발휘하도록 지원하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2002년 SKK GSB의 설립 준비 단계부터 참여했다.

유 부원장은 실무경력을 몇 년 쌓은 직장인이라면 과감히 도전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고 국가경쟁력에 힘을 보태라고 조언했다. 실무경력은 3년 정도면 충분하고 전공이나 업무가 경영학과 동떨어져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는 “MBA의 생명 가운데 하나는 다양성이다. 예술가가 보는 경영이 다르고 공학도가 보는 경영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에게서 서로 배울 수 있다”며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것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과정을 영어로 진행하니까 부담스러워하는 지원자가 있다고 전하자 유 부원장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으며 이같이 얘기했다.

“물론 영어 면접을 통과해야 하고 어느 정도 수준급의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 그러나 경영학에서 쓰는 영어는 다른 인문사회 분야보다 단순하다. 경영학 용어를 듣고 쓰는 훈련을 하다 보면 영어 문제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유 부원장에 따르면 주입식 암기식 교육 체제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학생이 MBA를 통해 잠재력을 꽃피우는 사례가 많다. 협업능력이나 발표 기술 등 글로벌 기업이 원하는 능력을 집중적으로 훈련하기 때문이다.

그가 꼽은 SKK GSB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네트워크. 교수진이 국내외 대기업과 수십 년간 쌓아온 인연을 활용해 학생들이 삼성 CJ 교보생명 같은 유수 기업에서 현장교육을 받을 수 있다. 다른 대학의 석학이나 이미경 CJ 부회장 같은 경영계 인사들도 직접 강연한다. 외국인 교수진의 글로벌 네트워크도 탄탄해서 해외 인턴십 및 취업으로 연결하는 데 유리하다.

유 부원장은 MBA를 통해 배운 내용은 실무에 복귀하자마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조직의 최고 지위에 올라섰을 때 큰 경쟁력이 된다고 했다. 그는 개인 시집을 내고, 중국사 및 중국문학에 조예가 깊다. 비즈니스맨이 인문학적 소양을 더 쌓아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기업의 최상부에서 경쟁력의 핵심은 인문학적 성찰이다. 피터 드러커나 스티브 잡스를 보면 인문학적 통찰이 궁극적 경쟁력임을 알 수 있다. 취업에 쫓기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고전을 읽어야 한다.”

유 부원장은 SKK GSB를 통해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비즈니스 스쿨이 나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면서 “FT 평가에서 다음에는 50위권, 중장기적으로는 30위 안에 올라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비즈니스 스쿨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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