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실버 사장님]사무환경 맞춤임대 ‘르호봇 비즈니스센터’ 홍대점 유문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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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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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빌리러 온 예비 창업자들에게 ‘머리’도 빌려주었죠”
유통 담당 15년 직장 경험 살려
판로-관리 노하우 입주고객에 조언
“인맥쌓기 예나 지금이나 중요”

국내 제과회사에서 15년간 일한 유문규 씨는 퇴직 후 주방잡화 판매, 건물관리직 등 여러 사업 아이템에 도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유 씨가 택한 ‘이모작’은 소규모 사업자에게 사무공간을 빌려주고 창업 컨설팅도 함께 제공하는 민간 비즈니스 인큐베이터다. 유 씨가 제과회사에서 일하며 쌓은 유통 경험은 판로 뚫기가 쉽지 않은 젊은 사업가들에게도 ‘윈윈’이었다. 사진 제공 르호봇비즈니스센터
국내 제과회사에서 15년간 일한 유문규 씨는 퇴직 후 주방잡화 판매, 건물관리직 등 여러 사업 아이템에 도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유 씨가 택한 ‘이모작’은 소규모 사업자에게 사무공간을 빌려주고 창업 컨설팅도 함께 제공하는 민간 비즈니스 인큐베이터다. 유 씨가 제과회사에서 일하며 쌓은 유통 경험은 판로 뚫기가 쉽지 않은 젊은 사업가들에게도 ‘윈윈’이었다. 사진 제공 르호봇비즈니스센터
《유통과 관리 부문에서 경력을 두루 쌓은 퇴직자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특정 분야에 뛰어난 전문성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전문성이 없다고 하기도 힘들다.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프랜차이즈인 ‘르호봇 비즈니스센터’ 홍대점을 연 유문규 대표(62)도 비즈니스센터 업무를 하기 전 수입판매상, 건물관리직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은퇴 후 적성에 맞는 일자리 문제로 고민한 경험이 있다.》

○ 퇴직 후 여러 업종 전전

유 대표는 국내 제과회사의 판매·유통부문에서 10년, 제품포장 및 창고관리 분야에서 5년을 일했다. 15년의 직장생활을 마친 후 여러 가지 개인 사업을 시도했다. 먼저 남대문수입상가에서 가정 생활용품과 주방잡화점을 운영했다. 남대문에서의 사업은 처음에 잘되는가 싶었는데 경기 침체로 폐업하면서 권리금 1억여 원을 손해 봤다.

이어 2년 반 동안 건물관리직 일을 했다. 나이 들어서는 ‘고시원 경영’이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속을 들여다보니 24시간 관리를 위해 총무를 고용해야 하고 숙박업종이라 음주로 인한 사고 및 화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등 은퇴 후 창업으로는 적절치 않았다.

이래저래 고민하던 중 지인을 통해 ‘르호봇 비즈니스센터’를 알게 됐다. 르호봇(Rehoboth)이란 성경에 나오는 지명 중 하나. 르호봇 비즈니스센터는 1인 기업이나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사무공간을 임대해주고 창업컨설팅도 함께 제공하는 민간 비즈니스 인큐베이터다. 프리랜서, 예비창업자, 1인 창조기업가 등 입주고객에게 창업과 경영에 필요한 정보를 안내해주고 저렴한 가격으로 사무실을 쓸 수 있도록 한다. 유 대표는 “비즈니스센터에서는 직장생활 경험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 유통, 관리 경험 토대로 고객사에 조언

비즈니스센터 일은 무엇보다 다양한 유통 분야 경험을 토대로 센터에 입주한 소기업들에 판매처 확보 및 관리 노하우 등을 전해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유 대표는 3억3000만 원(보증금 1억 원 포함)을 투자해 2005년 ‘르호봇 비즈니스센터’ 홍대점을 열었다. 홍익대 앞은 대학문화권의 중심지로 출판과 문화 관련 소기업이 많고 문화벤처기업도 여럿 들어서 있어 센터를 세우기에는 안성맞춤이라고 판단했다.

르호봇 홍대점은 총 661m²(전용면적 413m²) 크기에 1인실부터 5인실까지 38개 사무실을 갖췄다. 1인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1인실 기준 월 30만∼50만 원을 받고 고속전용선과 회의실, 접견실을 둔 사무실을 대여해 줬다. 비서가 하는 기본 업무지원도 했다.

일을 하면서도 창업 관련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08년 중앙대 창업대학원 창업경영학석사(MBA) 과정을 통해 소기업 창업에 필요한 지식을 축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소기업 창업자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창업 컨설턴트의 역할도 할 수 있게 됐다.

유 대표는 “창업공부를 하면서 비즈니스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문성을 확충할 수 있었다”며 “또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인맥을 쌓음으로써 앞으로 10년 이상 더 활동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고 말했다.

○ ‘장사’ 아닌 ‘사업’이어야

창업한 지 5년이 지난 현재 르호봇 홍대점에는 정보기술(IT), 무역, 디자인, 출판, 여행 관련 회사를 비롯해 외국계 회사의 지사, 프리랜서, 예비 창업자들이 입주해 있다. 연간 매출은 2억6000만 원, 순수익은 1억1000만 원에 이른다. 정기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임차료 800만 원, 인건비 및 본사 납입금 300만 원, 소모품 및 일반관리비 등 190여만 원 등이다.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그는 지금껏 창업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예전 창업 방식에 잘못된 측면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남대문수입상가에서 수입품 판매를 할 때는 ‘장사’한다는 생각으로 찾아오는 고객만 상대했다”며 “하지만 모름지기 ‘사업’이란 찾아오는 고객뿐 아니라 잠재고객을 발굴해 실제 고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다시 수입상품을 판매한다면 시장조사를 한 후 아이템을 선정하고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도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유 대표는 예비 퇴직자들에게 “시니어 창업은 두 번째 인생을 계획하는 것이니만큼 자신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아이템에서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유문규 씨 성공 비결은…

대학원 다니며 ‘배우고’
인적 네트워크 ‘넓히고


르호봇 비즈니스센터 홍대점 유문규 대표는 기존 직장에서 쌓은 경력을 잘 활용한 점이 눈에 띈다. 직장생활에서 얻은 유통 분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소기업 인큐베이팅 창업아이템을 선택하고 전문성을 발휘해 고객 관리에서 강점을 보였다.

또 자신의 취약점인 소기업 분야의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점도 보기 좋다. 유 대표는 관련 분야 대학원 과정을 수강하는 등 적극적으로 학습하고 인맥 형성에 참여했다. 그 결과 창업컨설턴트라는 새로운 커리어를 구축하게 됨으로써 자신감을 갖고 인생 후반전에 임할 수 있게 됐다. 교육을 받으면서 쌓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지속적으로 고객도 유입되고 입소문이 나 간접 홍보도 됐다.

많은 시니어가 자신은 ‘쓸모없는 존재’라고 자포자기하는 바람에 새로운 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린다. 하지만 은퇴란 직장생활에서 은퇴하는 것이지 모든 사회적 관계에서 은퇴하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시니어라면 자신이 은퇴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른 분야로 옮겨가는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은퇴는 산업화가 급속도로 추진되던 독일에서 1880년에 처음 도입된 제도로서 인류 역사에 나타난 지 10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지식서비스 사회에서는 퇴직 이후 인생 후반전의 새로운 성공스토리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우선 20여 년의 직장생활에서 쌓은 경력이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가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문서작성이나 글쓰기에 경륜이 있는 시니어라면 대필 전문가나 파워블로거에 도전해 성공할 수도 있고 건설계통에서 잔뼈가 굵은 시니어라면 건설 감리 분야의 전문직종이나 자격증 취득을 염두에 둘 수 있다.

이렇게 경력 리모델링을 하고 나면 ‘나이 들수록 쓸 만한 사람’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관심의 영역을 넓히고 자신의 경력을 재구성하기 위한 학습과 네트워킹에 부지런하다면 축적된 인생의 경륜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겸비한 시니어로 거듭남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의 땅이 열리는 것도 보게 될 것이다.

박광회 한국소호진흥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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