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다문화, 해외서 배운다]<7>이민자 실업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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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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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력 실업 막자” 獨-佛, 이민2세 교육 팔걷어
정부서 직업알선 적극 나서
비숙련 노동자는 입국 억제
日도요타市기금 2억엔
브라질계 학교 등 지원

실직한 일본계 브라질인들이 일본 아이치 현 도요타 시의 한 비영리기구 일본어교실에서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 일본계 브라질인 2, 3세들은 짧지 않은 일본 생활에도 불구하고 일본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도쿄=이성호 기자
실직한 일본계 브라질인들이 일본 아이치 현 도요타 시의 한 비영리기구 일본어교실에서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 일본계 브라질인 2, 3세들은 짧지 않은 일본 생활에도 불구하고 일본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도쿄=이성호 기자
독일 베를린의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에는 터키계 이민자들이 모여 산다. 이곳 가게 중 90%가 터키인 소유일 정도여서 ‘제2의 이스탄불’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9월 4일 오후(현지 시간) 골목 귀퉁이 가게에서 아들(6)에게 샌드위치를 사주던 지난 씨(30)는 “도배공으로 일하는데 일자리를 잃을까봐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민 2세대다. 지난 씨의 부모는 1970년대 독일에 왔다.

어느 나라나 대부분의 노동 이민자는 사회 주류에 비해 학력이 낮고 경기가 어려울 때 맨 먼저 일자리를 잃는다. 재취업도 힘들다. 불리한 환경은 세대가 지나도 쉽사리 개선되지 않는다. 지난 씨는 “아들만은 교육을 받아 좀 더 좋은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데 공교육이 신통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학력이 낮은 이주민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 가장 먼저 일자리 잃는 이민자들

베를린은 독일 통일 이후 심각한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민자의 실업률이 특히 높다. 2008년 기준 전체 실업률은 15.1%였고 이민자 실업률은 이보다 2배 많은 31.4%에 달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이민자 실업률이 주류 프랑스인보다 2∼3배 높다.

일본에서는 최근 자동차 업계의 불황으로 해고된 브라질 출신 이민자들이 골칫거리다. 이들은 1990년대 후반 자동차 업계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대거 입국했다가 경제위기가 닥치자 가장 먼저 해고됐다. 말이 어눌해 다른 일자리를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10년 이상 거주했는데도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상당수다. 일자리를 찾아 부모의 나라로 온 일본계 브라질인(일본인 부모가 브라질에서 낳은 2세)도 언어문제로 애를 먹는다. 상당수 이민자가 일본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과, 일본 정부와 지자체가 크게 신경 쓰지 않은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문제가 된 것이다.

○ 교육 통한 인적자원 질 높이기에 주력

이민자 실업 문제를 다루는 각국의 대책은 크게 3개 축으로 나뉜다. △이민의 효과적 통제를 위한 관련 법안 정비 △이민자 및 자녀에 대한 교육 △일자리 소개 및 취업 교육이 그것이다.

교육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베를린의 ‘이민·통합을 위한 베를린 주정부 위탁기관’ 담당관인 게르머스 하우젠 씨는 “실업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대책은 교육을 통해 능력을 전체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특히 2세들을 중심으로 언어 교육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도 2005년 무슬림 소요 사태 이후 이민자 2세 교육에 집중한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을 ‘ZEP(교육우선지역·Zone d'Education Prioritaire)’로 선정해 지원하는 것이다. ZEP는 주로 외국인과 이주민 가정이 밀집한 지역이다. ZEP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은 보수가 좀 더 높고 근무여건도 좋은 편이다.

일본은 지방자치단체와 비영리단체(NPO)를 중심으로 이민자의 사회 적응 교육을 강화했다. 도요타 시는 일본어학술지원기금으로 7억 엔을 조성하기로 하고 지난해부터 기업들을 대상으로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조성된 기금은 2억 엔 정도다. 이 돈은 30여 개 비영리단체와 16개 브라질계 학교 지원에 쓰인다.

○ 일자리 알선, 이민자 통제도 강화돼

실직한 이민자에게 일자리를 소개하는 일도 정부의 몫이다. 베를린 시는 시내에 ‘일자리 센터’를 12개 설치해 이민자들이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독일어 교육 코스도 마련해 놓았다. 여기에는 언어뿐 아니라 독일생활을 원활하게 하는 일반 교육도 포함돼 있다.

물론 이민자 지원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숙련 노동자의 입국을 억제하고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정책도 동시에 시행한다. 프랑스는 이민자들이 국적 취득 수단으로 쉽게 이용해 온 국제결혼 제도와 가족재결합 제도를 손질하고, 국적 취득의 자격요건을 강화했다. 위장결혼에 대한 강제 조사도 강화했다. 일본은 실직한 브라질인을 대상으로 올해 초부터 귀국 지원금 지급 정책을 시작했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지 않는 조건이라 신청자 수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파리의 이민가정 지원기관인 ASSFAM의 샹탈 에노크 대표는 “실업은 이민자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가장 어려움을 겪는 집단 중 하나가 이민자 집단”이라며 “경제적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사회 통합’이라는 대의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자의 고용 문제 해결은 선진국에서도 가장 시급한 현재진행형 과제였다.

베를린·파리=김현지 기자 nuk@donga.com

도쿄=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국내 외국인 고용 실태

고용허가제 적용 근로자 45만7000명
“이직-재고용 요건 현실에 맞게 고쳐야”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전체 외국인은 약 115만 명. 이 가운데 결혼 및 유학(45만7700여 명)을 제외한 취업을 목적으로 체류 중인 사람은 69만1000여 명으로, 이 중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사람이 45만7000여 명(66.1%)에 이른다.

외국인고용허가제는 국내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기업이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 그러나 체류 기간 만료자의 재고용, 이직 등의 요건이 까다로워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9월 고용허가제의 일부 조항을 개정했으나 여전히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은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 1년 단위인 근로계약기간을 3년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3년의 장기계약은 고용 불안과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해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오히려 강제 근로의 위험성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직이 사실상 거의 어려운 데다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이 제도가 열악한 처지에서 장기 근로를 강요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또 개정안이 ‘3년 기간 만료자 중 사용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2년 미만으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일부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현실적인 측면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이는 사용자에게 재고용 여부와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체류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절대적으로 부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국인 근로자 권익보호협의회 신설’과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사유 확대’ 조항은 일부 보완이 필요하지만 적절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단 개정안에 추가된 변경 사유에서 ‘사용자의 현저하게 부당한 처우 등으로 인하여 근로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는 ‘현저하게 부당한 처우’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게 해석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 경우 오히려 ‘현저하지 않은’ 부당한 비인격적인 상황은 방치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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