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실패?…주요외신 “폭발력 너무 약해”

  • 입력 2006년 10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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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9일 실험한 핵의 폭발력이 너무 약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의심을 사고 있다. 한마디로 핵실험으로서는 실패였거나, 성과를 조작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토니 스노 미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북한이 ‘오랫동안 선반에 놓아두었던 뭔가’를 꺼내 ‘먼지를 털어내고’ 폭발에 사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관들을 추방한 지 2년 만에 핵실험을 했다는 데 의심을 나타내며 “핵실험이 있었다면 자물쇠가 열린 지 2년 만에 이 모든 일을 해냈다고 믿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는 “핵보유국들이 실시한 첫 실험의 폭발력은 10∼60kt(1kt은 TNT 1000t 폭발력)이었는데 북한의 것은 1kt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북한이 핵실험 직전 4kt 규모의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중국에 통보했으나 실제 폭발은 이보다 훨씬 약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북한에서 감지된 리히터 규모 4.2의 지진파는 약 1kt의 폭발력으로 환산된다고 밝혔다.

한국은 9일 리히터 규모 3.6이라고 발표했다가 10일 3.9로 상향 조정했다. 일본 기상청은 9일 오후에 4.9로 측정됐다고 밝혔다. USGS의 결과와 오차 범위 내에서 일치한다. 반면 러시아만 이와 크게 차이가 나는 5∼15kt의 폭발력을 관측했다고 보고했다.

북한이 소형 핵폭탄을 실험했을 가능성에 대해 필립 코일 전 미 국방부 무기실험담당 국장은 “그렇더라도 1kt 미만은 너무 약해 북한이 원했던 결과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북한 플루토늄 탄이 핵분열을 중간에 멈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노먼 돔베이 서섹스대 이론물리학 교수는 “총(gun) 타입의 단순한 기폭방식을 사용하는 우라늄 탄과는 달리 플루토늄 탄은 주위에 화약을 두르고 정확히 같은 순간에 터뜨리는 복잡한 내파(implosion)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꺼지기 쉽다”고 말했다.

북한은 7월에 실시한 대포동2호 미사일 시험 발사가 실패한 데 이어 핵실험까지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다면 자칫 생사의 기로에 설 수도 있다.

북한은 ‘가시 없는 벌거숭이 고슴도치’ 신세로 전락해 끝없는 안보 불안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핵 기술을 외부에 팔 수 있다’는 위협으로 몸값을 높일 수도 없게 된다. 여기에 미국이 철저한 봉쇄로 방향을 잡을 경우 북한 체제는 파국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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