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공감]뮤지컬 ‘이(爾)’ 최종 오디션

  • 입력 2006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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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이’ 오디션 현장에서 ‘공길’ 역에 지원한 한 배우가 장구를 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예술단
뮤지컬 ‘이’ 오디션 현장에서 ‘공길’ 역에 지원한 한 배우가 장구를 치고 있다. 사진 제공 서울예술단
“아,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27일 뮤지컬 ‘이(爾)’의 최종 오디션이 열린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예술단 연습실.

영화 ‘왕의 남자’ 중 주인공 장생과 공길이 벌이던 그 유명한 ‘장님놀이’ 대사가 연습실에 울려 퍼졌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인 연극 ‘이’를 뮤지컬화하는 이 작품은 역대 최대 흥행작이 된 영화의 유명세 때문인지 오디션 현장에 이례적으로 4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심사위원석에는 ‘참관인’ 자격으로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도 앉아 있었다. “‘왕의 남자’를 존재하게 해준 연극 ‘이’가 뮤지컬로 탄생하는 순간을 보고 싶다”는 것이 참석 이유였다.

‘이’ 오디션에는 신인과 중견배우 등 350여 명이 몰렸다. 이날 오디션은 우인(優人·광대)에 이어 주요 배역(연산, 공길, 장생, 녹수) 순으로 진행됐다.

‘왕의 남자’에서 궁중 광대들은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왕을 웃겼지만, 이날 배우들은 배역을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심사위원을 웃겨야 했다. 광대 역 선발의 주요 기준은 ‘심사위원을 웃겨야 된다’였던 것.

이 때문에 응시자들은 ‘황금 S라인’을 만들어 보인 여배우를 비롯해 코믹댄스 추기, 물구나무서기와 텀블링, 북 장단에 맞춰 트로트 가요 ‘소양강 처녀’ 부르기, 무당 춤 추기, 007 주제곡에 맞춰 랩 하기 등 나름대로 준비해 온 ‘필살기’로 한바탕 ‘놀음마당’을 펼쳐보였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주요 배역 오디션에는 또 다른 긴장이 감돌았다. 가장 관심을 끈 배역은 역시 ‘왕의 남자’에서 무명 배우 이준기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던 ‘공길’. 공길 역에는 엄기준, 최성원 등 주연급 뮤지컬 배우들도 지원했다. 공길 역 오디션 지정곡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여주인공 루시가 부르는 ‘이건 위험한 게임이야’. 남자 배우가 이 곡을 부르려면 키를 네 음 정도 올려 가성으로 불러야 한다. 변희석 음악 감독은 “얇고 높은 목소리로 여성 음역의 노래를 할 수 있는 남자 배우를 찾기 위해서 이 곡을 지정했다”고 말했다.

연극 ‘이’를 연출했던 원작자이자 뮤지컬 ‘이’의 연출을 맡은 김태웅 씨는 “뮤지컬에서는 공길의 비중이 제일 크다”며 “공길이 연산을 죽인다는 설정도 연극이나 영화와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보다는 원작 연극에 더 가깝게 만들어질 뮤지컬은 연극에서처럼 연산의 비중이 장생보다 크다. 그래서인지 오만석, 김성기, 김법래 등 쟁쟁한 배우들이 ‘장생’ 대신 ‘연산’에 지원했다.

뮤지컬 ‘이’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인 10월 12∼20일 부산에서 초연된 뒤 울산을 거쳐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11월 6일∼12월 3일)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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