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공감]“한국 어린이책 또 없소?”…伊 볼로냐 아동도서전

  • 입력 2006년 3월 30일 03시 03분


코멘트
28일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도서전 내 비룡소 출판사의 부스를 찾은 해외 출판 관계자들과 바이어들이 한국 어린이책을 살펴보고 있다. 볼로냐=김지영 기자
28일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도서전 내 비룡소 출판사의 부스를 찾은 해외 출판 관계자들과 바이어들이 한국 어린이책을 살펴보고 있다. 볼로냐=김지영 기자
27일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제43회 볼로냐 아동도서전이 개막됐다.

각국 아동도서 저작권을 사고파는 이번 도서전에는 63개국 1200여 개 출판사가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한국출판문화협회(회장 박맹호)가 한국관을 만들었으며, 11개 출판사가 한국관에 부스를 차렸다. 또 한국관과는 별도로 8개 출판사가 개별 부스를 만들어 참가했다.

이번 볼로냐 도서전의 한국 부스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한국 어린이책을 구매하겠다는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분주하다는 점이다. 예전에 볼로냐 도서전은 한국 출판사가 외국 어린이책을 수입하는 창구로만 활용됐던 게 사실이다.

창비의 문경미 씨는 “한국 어린이책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해외 바이어들과의 상담 일정이 하루 한 건 이상 잡혀 있다”며 “해외 바이어들이 관심을 보이는 책은 국내에서 잘 팔린 책은 아니며 꼬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동서양의 기호가 다른 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초방책방의 신경숙 씨는 28일 부스에 들른 이탈리아의 한 출판사와 즉석에서 구두 판매계약을 한 뒤 “한국적 전통적인 것으로만 승부를 보던 때는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출판사가 계약한 책은 열두 띠 동물 그림을 색을 입히지 않고 굵은 선만으로 그린 것이다. 이탈리아 출판사 측은 “우리 회사에서 나오는 색칠공부 시리즈 중 하나에 넣을 만해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적이어서 선택한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비룡소 박상희 대표는 “단행본 한권 한권을 해외 바이어에게 소개하고 판매하는 시스템으로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일본은 1960년대 말부터 볼로냐에 진출해 자리를 다져오면서, 안노 미쓰마사 같은 유명한 작가를 세계 시장에 홍보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올해도 국내 작가들이 볼로냐 라가치상(고경숙·픽션 부문)과 일러스트레이터상(고광삼 박현정 이승원 이지선)을 휩쓴 데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작가들은 세계 수준”이라면서 “장기적으로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인지도를 높여서 단발적인 책 판매가 아니라 시장의 연속성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책 시장에서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인식을 뛰어넘어 ‘한국 작가가 세계적인 작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볼로냐=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