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지구촌 어딜 가도 교육이 문제

  • 입력 2006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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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문제를 접하면 접할수록 나는 대학시절에 교육문제에 관해 좀 더 공부해 둘걸 하는 후회를 한다. 요즘 어느 나라를 가든 교육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은 모든 국가가 자국의 교육의 질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노동당 내부적으로 좀 더 혁신적인 차터스쿨(공적 자금을 받아 교사, 지역단체 등이 설립한 학교) 허가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수학 실력을 자랑하지만 다른 나라가 따라잡지 못하도록 하는 데 더욱 혈안이 돼 있다. 미국도 학생들의 수학과 과학 성적 향상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인도 뭄바이의 한 하이테크 재단 연례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인도의 현 교육이 혁신적 인재를 배출하는 데 미약하다는 걱정을 늘어놨다.

인도의 아웃소싱 회사인 엠퍼시스(MphasiS)의 간부인 제리 라오 씨는 “(인도에서는 요즘)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는 없고 모두가 경영학석사(MBA)나 공학만 공부하려 한다”고 개탄했다. 그는 “인도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외판원들의 국가가 돼 가고 있다. 만약 우리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제2의 (인도계 노벨상 수상자인) 비디아다르 나이폴과 아마르티아 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은 예술과 과학의 합(synthesis)인 경우가 많다. 애플사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지난 해 모교인 스탠퍼드대 졸업식의 연사로 나서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학교를 자퇴했지만 캠퍼스에 남아 서예 강의를 청강했고 이를 통해 글꼴의 미학을 배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그 강의들은 별 쓸모가 없어 보였지만 10년 후 첫 매킨토시 컴퓨터를 디자인할 때, 당시 배운 지식들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태어난) 매킨토시 컴퓨터는 아름다운 글꼴을 갖춘 최초의 컴퓨터였다”고 말했다.

라오 씨는 또 “50년 전 산스크리트 학자가 인도에서 존경을 받았지만 지금은 모두 엔지니어, 컴퓨터 프로그래머, MBA 또는 의사가 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 문화의 뿌리가 산스크리트에 있지만 이제 산스크리트에 관련한 박사 논문은 인도보다 미국에서 더 나올 것”이라고 개탄했다.

왜 이처럼 교육과 관련한 근심이 많아지는 것일까? 컴퓨터와 인터넷은 전 세계의 경제, 기술 환경에 평준화된 플랫폼을 제공했고 노동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비슷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자본은 그 어느 때보다 신속히 유능한 인재에게 몰리게 돼 있다. 같은 수준의 기술적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면 결국 인재들의 달란트만이 차별되는 기준이다.

인도의 테크놀로지 회사인 위프로(Wipro)의 아짐 프림지 대표이사는 “우리는 좀 더 많은 아이디어 배양에 힘을 쏟고 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도의 재계 인사들은 이를 위해 스승에 대한 복종을 우선시하는 경직된 분위기의 인도 교육체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도전과 창의력에 대한 문제 제기인 셈이다.

이제 전 세계 교육계의 수렴 현상이 시작된 듯하다. 중국과 인도는 학생들에게 좀 더 창의적인 영감을 불어넣으려 할 것이다. 미국은 이들에 비해 뒤떨어진 수학과 과학 성적을 올리기 위해 힘을 쏟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글로벌 차원의 성장이나 혁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모두에게 ‘윈윈’이다. 하지만 더 나은 혜택을 챙기는 승자는 반드시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누가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접점을 가장 빨리 찾고 어떻게 균형을 잡아 가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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