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 ‘김정은 진심이었다’는 文 정면 비판… “히틀러 믿었다가 2차 대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20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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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관계관리단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05.20. 뉴시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관계관리단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05.20. 뉴시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최근 출간된 문재인 전 대통령 회고록에 대해 “북한의 능력을 무시한 채 의도에만 초점을 맞추면 정세를 오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이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적은 문 전 대통령 주장을 정부 고위 당국자인 김 장관이 처음으로 강도높게 비판한 것이다.

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의도를 전적으로 믿는다면 대단히 부정적인 안보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1938년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와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이 당시 체결한 뮌헨협정을 거론했다. 김 장관은 “체임벌린 총리는 히틀러의 의도를 전적으로 신뢰했다. 그것이 대표적인 유화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 결과 히틀러가 이듬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고 했다.

아울러 “(문 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실패를 미국의 책임, 동맹국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됐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언급하면서 “지난해 동해, 서해에서 어선을 타고 탈북한 두 가족이 있는데 이중 한명이 ‘문재인 정부가 아직 있다면 탈북을 결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당시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2020년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공무원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는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당시 사건을 언급하며 “북한에 연락할 길이 없어 속수무책이었다”고 밝힌 데 대해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은 ‘(북한과의) 채널은 존재하지만 군사 기밀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나에게 얘기했다. 이인영 당시 통일부 장관도 ‘북한에 연락을 계속 취하고 있는데 수십 번 연락하면 한두 번 응답 한다’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이 씨는 “여러 (대북) 채널이 있었음에도 직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며 “회고록은 문 전 대통령의 범죄 자백서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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