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전막후]‘감동의 값’에 감동해 봤니?

  • 입력 2005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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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공연을 보러 갔다고 치자. 무료로 입장시킨 뒤 나갈 때 공연에서 받은 감동만큼 마음대로 돈을 내라고 한다. 과연 당신은 얼마를 내겠는가?

최근 한 공연 단체가 이 같은 이색 ‘공연후불제’를 시도해 화제를 모았다. 공연에 앞서 티켓을 미리 판매하는 대신 공연을 보고 난 후 관객들이 원하는 만큼 돈을 내도록 했다. 물론 마음에 안 들면 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됐다.

화제의 공연은 15일 오후 세종대 대양홀에서 열린 ‘최소리와 자유인’의 ‘벽’(사진). 태평소 등 국악기와 전자기타 서양악기가 어우러진 퓨전 타악 퍼포먼스였다.

주최 측은 1층과 2층의 객석 입구마다 투명한 플라스틱 통을 올려놓고 나가는 길에 마음대로 돈을 집어넣도록 했다. 과연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치른 ‘감동의 값’은 얼마였을까?

마침내 18일 오전 총 5개의 플라스틱 통이 열렸다. 모두 1112만4600원. 공연에는 1211명이 다녀갔다. 1인당 9186원꼴이었다. 하지만 이는 1억 원에 가까운 공연경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

공연 당일 입구에 서서 관객들을 보았던 기획자 홍이룡 씨는 “조금이라도 공연장 문턱을 낮추고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공연장을 찾게 하려고 이런 ‘후불제’를 시도했다”며 “솔직히 1000만 원도 안 걷힐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걷혔고 미리 봉투까지 준비해 온 관객도 있어 고마웠다”고 말했다.

공연자인 최소리 씨도 “이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니냐”며 이렇게 말했다.

“공연 시작 전에는 다들 비관적이었다. 주위에서 하나같이 ‘사람 마음은 들어올 때 다르고 나갈 때 다르니 거의 돈이 걷히지 않을 것’이라며 괜히 기대했다가 충격받지 말라고 충고까지 했었다. 결국 공연은 적자를 냈지만 정신적으로는 부자가 된 것 같다.”

‘벽’ 공연은 21∼26일 서울 강남 ‘시어터 드림’에서 다시 무대에 올려진다. 물론 이번에도 ‘후불제’다. 02-3443-3073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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