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제라르 뱅데]국경없는 ‘우수학생 모시기’ 전쟁

  • 입력 2005년 9월 2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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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학생들은 양질의 교육을 찾아 국경을 넘나든다. 권위 있는 대학, 창의적인 대학, 졸업했을 때 전망이 좋은 대학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교육을 하나의 상품이라고 말해도 무방한 시대다. 한쪽에는 좋은 여건으로 학생을 유혹하는 대학이 있고, 다른 쪽에는 대학을 고르는 학생이 있으니까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는 뜻이다.

교육은 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대학 연구실에서 나온 발견이나 아이디어 하나가 산업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미친 사례가 적지 않다.

레이저광선의 모태가 된 연구를 예로 들 수 있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알프레드 카스틀러 교수는 20세기 초 ‘광 펌핑(optical pumping)’ 현상에 대해 연구했다. 당시 아무도 이 연구에서 비롯된 기술이 DVD 플레이어 개발로 이어질지 예상하지 못했다.

기술 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대학의 연구 기능에 대한 국가의 의존도는 더욱 커졌다. 자연히 교육이라는 상품의 중요성도 커졌고 대학 간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전 세계 대학의 현황을 살펴보면 세 가지 중요한 사실이 눈에 띈다.

첫째는 대학이 세계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국에만 안주해 있던 대학들이 세계무대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세계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서는 시대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다. 중국 대학들의 노력이 특히 눈에 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자국의 15개 대학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둘째는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대학들이 과거보다 더욱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이 발달한 나라일수록 가장 큰 목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도 이제는 자국의 학생들만을 바라보면 미래가 어둡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국적에 관계없이 엘리트를 뽑아 오는 쪽으로 전략이 바뀌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수한 교원과 연구원을 유치하려는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는 사실이다. 양질의 학생을 데려오려다 보니 자연히 발생한 경쟁이다.

대학의 우수 인력 유치 경쟁에서 지금까지는 미국이 선두다. 2001년 기준으로 미국 내 외국 출신 교수와 연구원은 8만6000명에 이른다. 전년보다 8%가 늘었다. 이 가운데 40%는 아시아 출신이다. 또 미국 내 외국 학생은 60만 명가량으로 추산된다. 영국은 27만5000명, 프랑스와 독일은 16만 명 선이다. 프랑스만 놓고 보면 지난 10년간 외국인 학생은 2배로 늘었다. 전체 학생의 14%가 외국인 학생이다.

대학들이 요즘 가장 탐내는 것은 경제가 성장 중인 나라의 석사 또는 박사과정 학생이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엘리트를 데려오는 것도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대학들은 학생들이 공부를 마치고 그 나라에 남든지 고국으로 돌아가든지 개의치 않는다. 학생이 남아서 자국 경제 발전에 기여해 주면 더할 나위 없지만 고국으로 돌아가도 나쁠 게 없다는 생각이다. 이들이 자신이 공부했던 나라의 기업이나 문화에 항상 우호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대학에 똑똑한 한국 학생이 한 명 있었다. 리스크 관리를 전공한 그 학생이 한국에 돌아가 포스코에 취업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가 만약 프랑스 기업과 교류한다면 프랑스로선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단순히 학문만 배워 간 게 아니라 프랑스 문화와 관습을 경험해 이해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제라르 뱅데 에뒤프랑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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