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유엔아동권리위원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

  • 입력 2005년 3월 18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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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위원인 이양희 교수는 “한국 여성들은 악착스럽고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춰 적극적으로 국제기구에 진출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주훈 기자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위원인 이양희 교수는 “한국 여성들은 악착스럽고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춰 적극적으로 국제기구에 진출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권주훈 기자
“한국인이 국제기구에 진출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진출해 있는 사람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 활용하는 지혜를 강구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세계화 시대에 한국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걸맞게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이따금 국제기구의 요직에 진출한 사람이 나오면 ‘국가적 쾌거’라며 거국적으로 환영하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 이후의 ‘활용 전략’이 부족하다는 것이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위원인 성균관대 이양희(李亮喜·49) 교수의 지적이다. 이 위원회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이행감시기구. 그는 지난해 1월 아동권리위원회의 일본 관련 심의 때의 일을 설명했다.

“당시 저를 비롯한 많은 위원이 일본의 교과서 왜곡을 지적하면서 관련국들이 수긍할 수 있게 객관적으로 교과서를 개정하라고 권고했지요. 교과서 왜곡은 아동이 올바르게 교육받을 권리를 규정한 아동권리협약에 위배된다는 논거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한국 정부는 물론 비정부기구(NGO), 언론 등 누구도 아동권리위원회의 이런 활동에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국제기구에서 일본의 문제가 공식 제기됐는데도 우리는 이를 전혀 활용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는 최근의 독도 및 교과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지적하며 “작은 것이라도 소홀히 취급하지 말고 차근차근 대비해야지 일이 터지고 나서 흥분하면 늦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10차 아동권리협약 당사국 회의에서 2009년까지 4년 임기의 아동권리위원으로 재선됐다. 모두 18명인 위원들은 매년 세 차례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의를 열어 협약 당사국이 정기적으로 제출하는 이행보고서를 심의하고 협약 이행에 관한 권고안을 제시하는 일을 한다. 직접 협약 당사국에 들어가 아동인권 실태를 사찰하기도 한다.

1989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생존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 등 어린이 인권과 관련된 모든 권리를 규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192개국이 비준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인권조약이다.

모든 나라 어린이의 인권이 중요하지만, 그는 특히 북한 어린이들의 상황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5월 제네바에서 북한 관련 심의가 열렸는데 아동인권위원들이 북한에 들어가 직접 취재해 내놓은 사찰보고서는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아동들의 발육상태는 정상적인 건강을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탁아소 보육교사들은 아이들을 돌볼 시간에 땔감을 구하러 다녀야 했다.

위원들은 북한 당국자들에게 아동권리 실태를 추궁했지만 그들은 오히려 당당했다. “어린이들은 우리의 왕(王)”이라면서 “세계 어느 곳보다 어린이들이 살기 좋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런 북한도 요즘은 상황이 워낙 안 좋아서 그런지 태도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지난해 심의 때도 북한 당국자들이 심의 1주일 전부터 다른 국가 심의를 참관하며 꼼꼼히 준비를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북한에 대한 최대 원조국은 한국”이라며 “한국 측이 좀 더 북한에 당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NGO들이 경쟁적으로 북한에 지원을 하려다 보니까 오히려 아쉬워해야 할 북한이 큰소리를 치고 있다는 것.

“NGO들끼리 누가 많이 주나 경쟁하는 식으로 지원할 것이 아니라 각자 역할을 분담해 지원하고 북한에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해야 합니다.”

한국 아동의 인권은 어떤가. 그는 한국 아동 인권의 가장 큰 문제로 ‘교육’을 들었다.

“지금도 빈곤층 아동들은 교육을 제대로 받기가 어렵습니다. 먹고사는 문제는 대충 해결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것이 많죠. 학교폭력 문제도 그렇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인권 교육’이라고 말한다. 먼저 ‘내 인권이 이렇게 중요하구나’하는 것을 깨달아야 상대방 인권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얘기다. 그는 최근 ‘일진회’ 문제와 관련해 폭력 학생을 신고하면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것은 야만적인 처사라고 비난했다. 아이들을 범죄자 또는 예비적 범죄자로 보고 어떻게 교사가 교육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

신민당 대표최고의원을 지낸 이철승(李哲承) 씨의 장녀인 그는 한국 여성들의 국제기구 진출을 적극 권했다.

“한국 여성은 악착스럽고 섬세하며 무엇보다 정이 많아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습니다. 최근 여성들의 목소리가 너무 드세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보다는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여성성을 살리는 것이 국제 사회에서도 통용된다고 봅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이양희 교수는▼

△1956년 서울에서 출생

△1979년 미국 조지타운대 불문학과 졸업

△1987년 미국 미주리대 박사(장애아동조기특수교육 전공)

△1988년∼현재 성균관대 아동학과 교수

△한국아동권리학회 이사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추진기획단 위원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이사

△2003년 3월∼현재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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