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노년이 행복하다]<3>기업의 노인고용

  • 입력 2005년 1월 12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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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웨스트미들랜드 주 워릭대학의 조사 결과 이 매장은 다른 매장보다 18% 이상의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결근율은 다른 매장의 61% 수준에 불과했으며 이직률 역시 다른 매장의 6분의 1에 그쳤다.

대학 측은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평가도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났으며 직원들 사이에 능력 및 기술 중심의 문화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비앤큐의 간부인 로리앤 커츠 씨는 “중요한 것은 연령에 관계없이 가장 적합한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라며 “나이 많은 사람들은 더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해 고객에게 신뢰를 준다”고 설명했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선진국의 기업에서는 연령의 장벽을 없애고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의 범위를 넓히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경험이 풍부한 고령 근로자가 수익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

미국 의약생활품 유통업체 CVS 역시 1990년대 중반 ‘나이 든 직원은 낡고 세련되지 못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기존 관념을 깨고 이들을 상담원으로 매장 전면에 배치했다. 소비자가 의약품을 선택할 때 연장자의 조언을 더 신뢰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

이 업체는 1996년부터 고령자 특별 채용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90세 이상 근로자 2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1만7000여 명의 50세 이상 근로자를 새로 뽑았다.

CVS 동부지역 마케팅 책임자 돈 해리슨 씨는 “고령자 채용이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채용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주택자재 유통 할인점인 홈디포의 매니저 세릴 캠벨 씨는 “미국 유통업체가 고용한 10, 20대 점원들의 평균 고용유지 기간은 불과 62일”이라며 “고령 근로자의 경우 안정성이 높아 매번 사람을 뽑을 때 드는 광고비, 신규교육비, 채용심사비 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영국의 식품유통회사인 서머필드 앤드 퀵 세이브의 조사 결과 50세 이상 근로자의 76%가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답해 전 연령층 평균인 62%를 훨씬 상회했다. ‘책임감과 소속감을 느낀다’는 답변도 80%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고령자와 함께 일하는 젊은 세대의 반응도 호의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영국 런던 근교의 비앤큐 매장에서 일하는 폴 씨(26)는 “나이 많은 분들은 일 자체가 즐거워 일하러 오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배울 점이 많다”며 “한 분은 70세의 전직 배관공이었는데 쉬는 시간마다 다들 그분 주위에 모여 배관 관련 지식을 배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英 ‘연령차별 없애기’ 모범업체 선정 표창▼

“고령 근로자들은 몸무게만큼의 금덩이와 맞먹는 가치가 있답니다. 그게 우리가 그들을 고용하려 애쓰는 이유죠.”

영국 전화번호안내업체 ‘더 넘버 118-118’은 최근 ‘연령 챔피언(Age Champion)’ 선정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인사담당자 데비 피어스 씨는 “최근 정년퇴직한 형사가 새로 입사했는데 1주일의 훈련만으로 능숙하게 업무에 적응해 모두의 감탄을 자아냈다”며 “50세 이상의 근로자들은 대부분 유능하고 헌신적”이라고 소개했다.

‘연령 챔피언’은 영국 정부의 ‘연령차별 없애기 캠페인(Age Positive)’의 일부. 고용 승진 등에서 연령의 장벽을 없애고 고령자 고용을 활성화하는 기업이나 기관을 선정해 표창한다.

현재 비앤큐(B&Q), 월마트의 자회사인 아스다(ASDA), 테스코(TESCO) 등 유명 유통업체를 비롯해 은행, 대학 등 100여 개의 챔피언 사례가 등록돼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고객과의 친밀한 관계, 낮은 이직률, 성실성, 팀 내 융화력 등을 고령 근로자의 장점으로 꼽았다.

영국의 가장 큰 여행 전문업체 중 하나인 ‘토머스 쿡’은 고령 근로자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사례. 이 회사 매출순위 상위 32%를 50세 이상의 고령층이 차지했다. 다양한 배경과 인생 경험을 지닌 고령 근로자들에게 고객들이 보다 친밀감을 느꼈기 때문.

“내 아이 전화받듯 상담해요”
7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새로운 일터에서 즐거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헤이즐 켈리 씨. 미국 버지니아 주 웨스트코퍼레이션 사에서 전일근무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는 그는 “내 아이들 전화 받듯 상담하다 보면 모든 고객이 내 가족 같다”며 일하는 즐거움을 설명했다. 사진 제공 익스피리언스워크스

그랜섬에 있는 메리어트호텔 역시 직원의 30% 이상을 45세 이상으로 채우는 새로운 시도에 성공해 이직률을 절반으로 낮추고 고객 만족도를 6%포인트가량 높였다.

‘연령 차별 없애기 캠페인’ 담당자 크리스틴 애시돈 씨는 “이들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점점 많은 기업들이 연령 차별을 극복하는 방법을 문의해 온다”며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닌 직업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 것이라는 인식이 기업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사회부>

전지원 기자 podragon@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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