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06>위험(危)과 기회(機)

  • 입력 2004년 9월 19일 22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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危機가 機會(기회)라는 말처럼, 危機를 機會로 바꾸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危는 소전체에서 O와 절로 구성되었는데, O는 바위((엄,한)) 위에 선 사람(人·인)의 위태함을 그렸다. 그 뒤 사람의 앉은 모습을 그린 절이 더해져 지금의 危가 되었다.

하지만 갑골문(왼쪽 그림)의 危는 소전체와 다른 모습이다. 이에 관한 풀이는 다양하지만, 의器(의기·균형을 살필 수 있도록 설계된 고대 중국의 기물)를 그렸다는 설이 통용되고 있다.

한때 공자가 노나라 환공을 모신 사당에서 의器를 보고서 사당 관리인에게 그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가 그것은 앉은 자리 곁에 두는 기물이라고 하자 공자는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속이 비면 기울어지고, 적당하면 바르게 되고, 가득 차면 뒤집어진다던 그 기물이구나”라고 했다고 한다.

이처럼 의器는 옛사람들이 자리의 오른편에 두고 일의 처리나 자신의 판단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경계로 삼았던 것이다. 그래서 의器를 달리 자리(座·좌)의 오른쪽(右·우)에 놓아두는 것이라고 해서 座右라고 불렀고, 거기에는 좋은 글을 자주 새겼는데 이를 座右銘(좌우명)이라고 했다.

危는 의器의 속성처럼 아주 위태로워 균형을 잡기가 힘든 모습을 말한다. 물론 후대로 오면서 언덕 위에 올라선 사람의 모습으로 자형이 변하긴 했지만.

機는 木(나무 목)과 幾로 구성되었는데 幾는 소리부도 겸한다. 幾는 금문(오른쪽 그림)에서부터 나타나며 베틀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형에서 실타래를 형상화한 요가 두 개 그려졌고, 오른쪽의 戈(창 과)는 베틀의 모습이 변형된 것이며, 왼쪽 아래의 사람(人)은 베틀에 앉아 베 짜는 사람의 모습이다.

따라서 幾는 베틀이 원래 뜻이며, 베 짜기는 대단히 섬세한 관찰과 관심이 요구되는 작업이기에 ‘세밀함’의 뜻이 생겼다. 그러자 그 뒤 베틀을 따로 표현하기 위해 木을 더하여 機로 발전되었는데, 木이 더해진 것은 베틀을 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고대 사회에서 베틀은 아마 가장 중요하고 복잡하며 대표적인 機械(기계)였을 것이다. 그래서 機는 복잡한 구조를 가진 기계나 기물을 총칭하게 되었다.

따라서 危機라는 단어는 균형 잡기가 아주 힘든 ‘위태한 기물’이라는 뜻이지만, 機가 때와 시간을 의미하는 뜻으로 확장되면서 균형을 제때에 제대로 잡아주기만 하면 좋은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 발전된 것으로 보인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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