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산 해외유출’ 적신호 켜졌다

  • 입력 2004년 5월 20일 18시 46분


은행에서 거액 예금을 빼내 이민을 떠나려는 재산가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이 미국 일본 중국 호주 등지의 부동산시장에 ‘큰손’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해외의 가족 친지에게 보내진 돈 가운데 1만달러 이상의 고액이 3년 만에 11배로 늘었다. 재산의 해외유출 움직임이 심상찮음을 보여준다.

어떤 돈이 해외로 도피하는가. 경제가 선(善)순환하는 상황이라면 기업이 설비를 구매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공급됐을 투자 및 생산자금이다. 또는 국내에서 물품과 서비스를 사는 데 쓰여 내수 진작에 기여했을 소비자금이다.

나라 안에서 돌아야 할 돈이 해외로 빠지면 우선 실업자와 중소상공인 등이 피해를 본다. 나아가 경제력 위축에 따른 손실이 국민 모두에게 미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막자면 물론 외환관리와 편법송금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연간 수백조원이 국경을 넘나들고 합법적 해외투자가 얼마든지 가능한 시대에 ‘그물치기 방식’은 대책이랄 수 없다.

정치권과 정부 일각이 앞장서 반(反)부유층 정서를 부추기고, 부자 돈은 빼앗아 나눠야 한다는 식의 반(反)자본주의적 사유재산권 침해 주장이 판을 치면 아무리 틀어막아도 해외로 새나가는 재산은 늘어날 것이다.

근본대책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 부(富)가 보장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기업을 일으켜 근로자를 고용하면 돈을 벌 수 있고, 그렇게 돈 버는 것이 존중되는 세상’이라면 돈이 국적을 버릴 이유가 없다. 그러면 분배를 강조하지 않아도 일자리 창출과 세수(稅收) 증대를 통해 성장과 분배가 자연스럽게 조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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