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창작과 마케팅, 만화 살릴 두 날개…‘계간 만화’ 진단

  • 입력 2004년 4월 26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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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만화.’

199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퍼진 이 말은 수년이 지난 최근에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그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만화전문지 ‘계간 만화’(씨엔씨 레볼루션·사진)는 최근호 기획특집 ‘다시 문제는 창작이다’에서 작가와 평론가들의 대담 및 기고문을 통해 이 문제를 진단했다.

만화가 허영만 이희재씨는 위기의 외적 요인으로 1997년 청소년보호법 이후 만화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것과 출판사들이 외환위기 타개책으로 대량 수입한 일본만화를 꼽았다. 내적 요인으로는 작가와 출판사의 안이한 태도가 지적됐다.

대표적인 만화전문서점인 서울 마포구 동교동 한양문고. 만화전문 매장이 부족한 데다 교보문고 등 대형서점들은 만화 판매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독자들에겐 만화책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다. 사진제공 씨엔씨 레볼루션

허씨는 “일본 만화는 오랜 취재를 통해 고급 정보를 전하는데 한국 만화는 그렇지 못하다”며 “만화잡지도 표지를 뜯으면 서로 헷갈릴 만큼 개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일본 만화는 밥상에서 빠진 반찬이 무엇인지 따지는데, 한국 만화는 잘 나가는 반찬만 계속 내놓는다”고 말했다.

1990년대 한국 만화의 주류를 형성했던 잡지 주류 만화도 최근 들어 잇따른 폐간과 부수의 격감 사태를 맞고 있다. 한때 ‘아이큐 점프’ ‘소년 챔프’ 등 소년 주간지들이 30만부씩 나가며 호황을 누렸으나 폭력물 같은 특정 장르 편식과 일본 만화의 범람으로 위축된 것이다.

박봉성 황성씨가 대표적 작가인 ‘대본소(일일) 만화’의 위축도 한국 만화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본소 만화’는 앞으로 1년 정도만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화평론가 주재국씨는 “‘대본소 만화’의 제작 인력이 주변 만화계로 이동하면 이미 학습만화에서 드러나고 있는 원고료 저하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만화가 박무직씨는 주류 만화를 살려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학습 인터넷 신문 만화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며 지나친 위기론을 경계했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 지원금이 아니라 창작만화 쿼터제나 프리랜서에 대한 배려 등 ‘우리 힘으로 돈 벌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한국 만화의 성공사례로는 최근 단행본 300만부 시대를 연 ‘열혈강호’(전극진 양재현)가 꼽혔다. 만화평론가 박석환씨는 ‘열혈강호’의 직간접적 경제효과를 1000억원 이상으로 추정하며 “사전 기획, 단행본 발간시의 홍보, 게임 개발이나 수출과 같은 전방위적 마케팅이 효과를 봤다”고 평가했다.

한편 일본과 미국의 경우는 한국보다 사정이 나은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도 만화시장의 규모가 줄었으나 작가와 잡지들이 공동작업에 가까운 창작과정을 통해 작품의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미국도 코믹스(극화)는 만화전문점에서만 유통되고 있으나 시장이 한국보다 큰 덕분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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