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임진모/대중음악 ‘Again 7080’

  • 입력 2004년 4월 23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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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를 풍미한 발라드 가수 최성수는 얼마 전 “40, 50대 기성세대는 젊었을 적에 라틴, 트로트, 샹송, 팝송, 메탈 등 안 들은 음악이 없을 정도로 풍부한 음악적 소양을 지니고 있지만 지금은 음악 향유의 공백상태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90년대 들어 판이한 성격의 신세대 음악의 시대가 열리면서 성인들의 취향을 만족시켜줄 음악이 없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아닌 게 아니라 기성세대들은 음악 얘기만 나오면 한결같이 ‘들을 음악’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들은 노래방에 가서 자녀들 또는 젊은 직원들이 부르는 스피디한 노래에 주눅이 들고, TV를 점령한 요란한 댄스와 그게 그것 같은 발라드 판에도 철저히 물려 있다. 특히 기성세대가 취약한 장르인 흑인 음악이 신세대 감성의 전권을 장악한 배타적 음악시장은 더욱 그들의 소외감을 재촉하고 있다.

현재 40대 사이에서 불고 있는 추억의 70, 80년대 캠퍼스 밴드 바람은 이런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현상이다. 올해 초 TV 방송 프로그램 ‘열린 음악회’를 통해 촉발된 70, 80년대 그룹사운드에 대한 기성세대의 관심은 마침내 세종문화회관 콘서트로 이어져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하고 있다.

이 공연에는 그 시절을 수놓았던 왕년의 인기그룹인 송골매, 샌드페블즈, 휘버스, 건아들 등이 출연해 ‘목마른’ 성인관객들의 갈증을 해소해주면서 열띤 호응을 얻었다. 이런 현상을 보는 음악 관계자들의 시각이 일치된 것은 아니다. 한쪽에서는 그간 문화적으로 위축된 40대들의 기지개라고 풀이하면서 앞으로 이를 계기로 ‘주류 신세대’에 대한 ‘비주류 기성세대’의 본격적인 역습이 단행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성인들 입장에서는 다분히 희망적인 이런 관점과 달리 다른 한쪽에서는 이런 현상이 추억과 향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흐름이기 때문에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며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어느 쪽 의견이 옳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공연이 갖는 잠재력을 증폭시켜 준 원천이 기성세대의 ‘반가움’이라는 사실이다. 반가움은 신세대의 ‘새로움’과 함께 대중문화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서구 음악계는 역사적으로 그 두 정서가 공존하면서 든든한 지반을 형성해 왔다.

우리 음악계는 그간 아이들 감각의 일방통행으로 기성세대의 반가움이 유입되지 못한 채 방기되는 양상을 보여 왔다. 대중음악의 경우 어른이 주는 용돈으로 소비하는 10대와 20대 초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시장은 견고하지도, 안정적이지도 못하다. 90년대 이래 가요계는 자신이 번 돈으로 문화를 소비하는 어른들을 소외시키면서 견고함을 상실한 것이다.

‘7080 캠퍼스밴드’의 융기는 주류의 신세대음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록’을 콘텐츠로 했다는 점에서 반가움을 자극했다. 그것은 댄스와 발라드에 젖어 있는 젊은 세대를 향한 그들 나름의 의사표시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과연 그것을 정례화해 어른들이 음악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다양한 틀을 마련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들이 반가워할 문화를 찾아내야 경기를 타지 않는 안정된 음악시장이 가능하다. 가수 최성수의 말대로 음악소양의 폭이 넓은 그들이 반길 소재는 얼마든지 잠복해 있다. 모처럼 표면화한 기성세대의 요구를 잘 해석해 일정한 문화패턴으로 승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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