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홍순영/北核위기 장기화 대비해야

  • 입력 2004년 3월 25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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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결의와 이에 따른 불확실한 정국으로 인해 북한 핵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의 심각성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다. 2월 28일 끝난 제2차 6자회담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노력을 계속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북한의 핵개발 문제가 한반도, 나아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우리의 국가경쟁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핵문제는 전쟁과 평화의 문제다.

▼전면폐기 협상과정 길어질듯 ▼

북한 핵개발 문제에 관해서는 북핵의 전면적 폐기와 이에 대한 보상(반대급부)이라는 기본적 해결의 틀이 전제되고 있고 그렇게 양해되고 있다. 그러나 전면적 폐기의 내용과 절차, 보상의 내용과 절차, 그리고 쌍방간의 조치를 어떻게 연계시키고 스케줄을 짜는가 하는 것은 대단히 길고 힘든 협상을 필요로 한다. 냉전시대 미소간의 길고도 지루했던 빈 군축협상을 생각하면 된다.

핵문제에 관한 북한의 근본적인 자세 변화, 즉 핵개발을 완벽하게 포기하겠다는 결단이 나오지 않는 한 북핵 문제는 상당 기간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고, 위기는 장기화될 것이다. 미국은 당장 북한 핵시설을 제거하려는 (경제적 또는 군사적) 예방 조치를 취하려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올해 말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정부가 바뀐다고 해도 미국이 북한의 핵능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공존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여건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핵 위기는 장기화될 것이다.

북한은 핵개발로 인해 사실상 국제사회로부터 서서히 고립돼 가고 있다. 한국도 북핵 문제로 인한 잠재적 위기감 때문에 외국인들이 장기투자를 꺼리고 있다. 남북이 정도의 차는 있으나 국제사회로부터 소외돼 가고 있다. 이 장기화되는 잠재 위기 속에서 북한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한국은 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것이 우리의 국가적 과제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경제개발에서 나라의 안전보장을 구할 것인가. ‘핵 억지력’을 가지고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교섭 도구로 삼을 것인가. 악화하는 경제 사정으로 증가하는 탈북 난민을 방관할 것인가. 1인 독재 선군정치를 신봉하는 나라여서 민중봉기는 전혀 불가능한 것일까.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 중국은 북한의 변화를 어떻게 내다보고 한반도의 장래 사태를 어떻게 예측 대비하고 있는가. 거기에 불안과 동란만 있고 통일의 기회는 없는 것일까. 이러한 모든 시나리오를 내다보고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경제적 교류협력에 관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세우고 이를 국제사회에도 알리고 지원을 구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북한 주민을 굶주림에서 구하고 한국이 인도주의의 나라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할 것인가. 그러나 한국은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는 타협 양보할 수 없는 목표임을 항상 분명히 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 분명한 목표를 ▼

마지막으로 가장 절박한 대비책은 이 잠재 위기 중에서 어떻게 하면 나라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 배양 축적할 것인가를 걱정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위기 중에서도 부패가 없는 정직한 사회, 높은 법질서와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 과도한 정부 규제가 없는 시장경제의 나라임을 보여주고 외자유치, 외국 관광객 유치에서 실적을 쌓아 나가야 한다. 한국의 장래에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통일 한국도 핵무기가 없는 나라, 지역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는 시장경제의 나라, 규범을 지키며 평화를 사랑하는 중간 국가가 될 것이라는 확실한 비전을 국제사회에 제시해 주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위기 너머를 보아야 한다. 국내정치가 불안정하고 햇볕정책에 관한 견해차가 있다고 해도 북핵 위기에 관한 한 확고하고 일관된 대응과 전략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평화를 확보하는 길이다.

는 없어 보인다.

홍순영 객원논설위원

전 외교통상부·통일부 장관 syhongseni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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