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여기는 무인도…이우일의 ‘노빈손의 무인도 완전정복’

  • 입력 2004년 3월 22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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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제공 뜨인돌
그림제공 뜨인돌
바늘을 실크에 문지른 뒤 나침반 대신 쓴다. 독성물질을 먹었다면 차에 숯을 타서 먹으면 숯이 독을 흡수해준다. 투명한 비닐봉지에 물을 담아 햇빛을 투과시키면 불 피우기 위한 근사한 돋보기로 쓸 수 있다.

만화가 이우일(35)이 최근 내놓은 ‘노빈손의 무인도 완전정복’(뜨인돌)에 담긴 ‘서바이벌 상식’들이다. 이 만화책은 1998년 이래 청소년 에듀테인먼트(교육+오락) 부문의 베스트셀러인 ‘노빈손 시리즈’의 첫 작품 ‘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를 원작으로 한 것이다. ‘노빈손 시리즈’의 삽화를 맡아 온 이우일은 원작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내용을 더해 만화책으로 펴냈다. ‘도낡드 닭’ ‘아빠와 나’ 등 카툰 위주로 활동해온 그에게는 첫 장편 만화이기도 하다.

표류하던 끝에 외딴 무인도에 정착한 노빈손은 그동안 터득한 상식을 이용해 살아남는다. 그는 바닷물을 끓여 식수를 얻거나 썰물의 원리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다. 노빈손이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쓰는 것을 보면, 학교에서 배운 과학과 주위에서 배운 상식의 힘이 느껴진다.

작품 페이지 하단에 ‘시계 바늘이 오른쪽으로 도는 이유는 북반구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고 ‘한국 TV 채널에 1번이 없는 이유는 미국식을 따랐기 때문’이라는 등 만화 내용과 관련 있는 토막 상식도 담고 있다.

이우일 특유의 유머도 이 만화의 매력이다. ‘엽기’에 가까운 캐릭터의 외모와 과장된 표정이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교육적 내용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작가도 “이 만화책을 그리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재미’”라고 말했다.

이 만화는 고독에 대한 정신적 생존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노빈손은 장마철을 보내며 우울증에 시달린다. 빗물 때문에 꺼진 불씨를 보고 희망을 잃는 대목은 작가가 아끼는 장면 중 하나다. 노빈손은 그러나 꿈에서 어머니를 보고 위안을 얻으며, ‘로빈슨 크루소’의 주인공처럼 ‘희망과 절망의 대차 대조표’를 만들어 희망을 가질 이유가 더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우일은 노빈손의 심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작품을 그리는 동안 외부와의 연락을 거의 끊다시피 했다.

“결국 노빈손이 탈출에 성공했을 때 저도 똑같은 해방감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원고에서 드디어 해방된 것이죠!”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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