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만나는 시]손택수, '바다를 질주하는 페타이어'

바다를 와서야 비로소 이제껏 헛돌았다는 것을 안다

튜브 속에 거북한 바람으 품지 않고

고무 타는 냄새 없이도

질주할수 있다니

목선 양 겨드랑이에 줄줄이 매달려 있는 페타이어,

지상에서 밀려난 게 외려 다행스럽다

하지만 여럿을 다치게 했던 기억을 뿌리치지 못하고

파도 속을 자맥질한다

소금기에 절고 삭아서 어느 새 둥그래진 상처,

닳고 닳은 몸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제 몸 깊이 충격을 받아들인다

-시집 '호랑이 발자국'(창작과 비평사)중에서

세상의 모든 바퀴를 없애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장 오늘 아침 제 시간에 출근할 수 없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테고,

출근했다하더라도 출장길이 막막할 것이며, 무수한 화물은 주인의 손길에 닿기 전에 유통기한을 넘겨버릴테고, 수많은 이들이 약속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 채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바퀴 위에 건설된 문명은 당장 곤두박질치고 사람들은 다시 제 몸의 속도로 움직이는 원시의 마을로 거슬러가게 될 것이다.

속도(문명)의 유혹은 이제 뿌리칠 수 없는 것이지만 발밑

엔 얼마나 많은 핏자국들이 배어있는가. 젊은 날과 노년의

삶이 저토록 상반된 경우가 있을까? 속도의 왕국을 일으킨

일등공신이 온몸을 부딪쳐 속도의 충격을 완화시킨다. 저

변절이 욕되지 않고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건 웬일일

까. 그러나 저 폐타이어를 버린 사람들은 또다시 새 타이어

에 바람을 넣고 질주할 것이다.

반칠환 시인